시행 10일째를 맞은 의약분업이 실종되고 있다. 준비 부족을 이유로 7월 한달간 ‘계도기간’ 운영에 들어갔지만, ‘의료기관= 원내처방, 약국= 임의조제’ 등 분업 시행전과 다를 바 없는 진료 및 조제 행태가 계속되고있다.의약분업 계도기간의 성적표는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계도기간의 3분의 1이 지난 9일 현재까지 의약분업의 기본인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 병·의원은 전체 의료기관의 10%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서울대병원 등 일부 유명 대학병원의 의약분업 시행률이 20%를 겨우 넘을 뿐 대다수 병·의원이 원내처방전 발행을 고집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내과 K교수는 “도대체 계도기간을 왜 설정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이런 식으로는 1년을 운영해 봐도 의약분업을 ‘계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도기간 운영을 실패로 몰고가는 원인은 약사법 개정이다. 의료계가 처방전 의약품 목록을 통보해주고, 약계가 의약품 비치를 완료해야 하는 데도 양측이 모두 약사법을 유리하게 뜯어고치는 데만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계도기간 운영 후 약국의 전문의약품 비치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해 운영전과 거의 변동이 없다. 약품 목록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별로 구성된 의약분업협력회의가 의사들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번번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조상덕 의협 공보이사는 “회장 등이 구속되는 마당에 우리는 처방전 목록을 약사들에게 알려줄 정도로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7일 의약분업협력회의 불참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문제는 한달 계도기간이 끝나는 8월에는 의약분업을 본격화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관적이다.
약사법 개정을 위한 의·약 합의가 사실상 실패로 끝난 상태에서 국회가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을 처리하면 의·약계의 반발이 일어나고 병원과 약국이 모두 그 후유증에 휩싸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의협과 약사회는 9일 오후 집회에서 약사법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지 않으면 각각 ‘재폐업투쟁’, 또는 ‘의약분업 거부’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희망’은 남아있다. 집행부와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의협이 약계와 협의중인 약사법 개정 합의안을 받아들일 경우 상황은 돌변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의·약계 합의가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계도기간 연장문제도 의·약계 합의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6월26일= 의료기관 집단폐업 철회
6월27일= 의약분업 계도기간 7월 한달간 운영결정
7월1일= 의약분업 시행. 국회, 약사법 개정 6인대책소위 구성
7월5일= 의·약계 약사법 개정 잠정 합의안 마련
7월6일= 최종 합의안 도출 실패. 국회 소위, 의원입법 추진결정
7월9일= 의협 전국 의사 대표자대회, 약사회 전국 약사결의대회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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