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이 이어지는 '파업 도미노'로 국민들이 온통 지쳐가고 있다.5월 공공부문 및 보건의료노조 파업, 지난달 병·의원 폐업, 국민건강보험 노조파업에 시달려온 국민들은 이제 또다시 10일 병원 원외처방전 발급으로 인한 ‘조제대란’과 의사 재폐업 가능성, 11일의 금융대란까지 구체화하자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금융파업 움직임과 관련, 이미 곳곳에서 현금인출 러시와 함께 전세·매매 계약을 앞당기고 농협·우체국 등 비파업 금융기관으로 돈을 옮기는 등 혼란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약을 한 김모(59·여)씨는 “금융대란 때문에 예정보다 서둘러 대금을 지불했다”며 “은행측은 별일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전산망 고장으로 송금이 안되거나 현금인출이 중단될 지 어찌 아느냐”고 불안해 했다.
주부 이모(26·여·서울 강서구 방화동)씨는 “의사폐업때 아이를 업고 병원을 찾아다닌 생각을 하면 끔찍한데 이번엔 ‘은행찾아 삼만리’냐”며 “이제 ‘국민파업’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소기업들도 어음할인과 신규대출 중단으로 IMF때의 ‘부도 도미노’의 악몽이 재연될 것을 우려, 거래대금 선지불, 거래은행 이전 등 자구노력을 펴고 있다.
S기업 강모(56)사장은 “며칠분 가용자금은 확보해 두었지만 11일 어음만기일에 사고가 날까봐 잠이 안온다”고 걱정했고 석유화학업체 G사는 “98년 은행퇴출 사태로 수출업무에 큰 차질을 빚었는데 이번에 다시 피해를 볼 경우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의료계의 재폐업 논의는 환자와 가족들에겐 설상가상이다. 2살난 아이가 소화기 질환으로 한달째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인 황수경(29·여)씨는 “지난달 의사폐업때 아이걱정에 병실에서 며칠밤을 뜬 눈으로 지샜었다”며 “제발 재폐업만은 말라고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더구나 의약분업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각급 병원들이 10일 일제히 원외처방전만을 발급키로 해 시중 약국에서는 ‘조제대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진석(30·학원강사)씨는 “원외처방전만 발행할 경우 환자들이 약을 짓지 못해 애태울 게 뻔하다”며 “이는 국민들에게 ‘불편을 직접 느껴보라’는 식의 시위행위”라고 비난했다.
파업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정부에 대해서도 연일 통렬한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은 “어떤 경우든 노조 등 이해 당사자들은 국민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현재 정부가 전반적인 사회현안에 대한 장악 및 해결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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