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는 잘 해야 본전이다.’그만큼 트레이드를 원하거나 응하는 구단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뜻이다.트레이드된 선수가 이적한 팀에서 기대이상으로 잘 하면 원소속구단은 몸둘 바를 모르고 새 구단은 희희낙낙한다.
96년 프로야구판에 뛰어든 현대의 예를 보자. 어느 스포츠에 참여하든 현대는 스카우트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많은 구단들은 현대가 프로야구팀을 만들 경우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곱지 않은 눈총을 보냈다.
현대는 예상대로 물쓰듯 돈을 쏟아부으며 전력을 보강했다. 98시즌 우승도 프런트의 기민한 트레이드작전 덕분이었다. 그런 현대가 구설수에 오른 끝에 이번에는 팀의 간판 김경기를 SK에 내줬다.
김경기는 인천을 대표하는 선수. 아버지 김진영씨는 인천야구의 대부로 프로야구 초창기 삼미를 이끌던 맹장. 김경기집안은 2대에 걸쳐 항도 인천을 대표하는 야구가족이다.
지난 시즌까지 주장으로 팀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했던 김경기는 이달 초 SK 유니폼을 입었어야 했다. SK는 유니폼을 맞춰논 상태였고 김경기는 강병철 SK감독에게 인사까지 한 마당이었지만 현대가 감감무소식이었다.
SK가 합의준수를 요구하고 일부언론에서 헌대의 그릇된 행동을 질타한 후에야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김경기는 시즌 개막전 구차한 사건에 휘말렸다. 구단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현대측은 “팀의 감독으로 키우겠다”고 여러번 공언했지만 김경기입장에서는 공염불처럼 들렸을 뿐이다. 이 와중에서 현대는 김경기를 내주기로 방침을 정하고도 질질끌었다. 체면때문에 미적거렸던 게 사실이다.
요즘 프로야구계에는 시들해진 인기때문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상하위팀간 전력차가 워낙 심해 순위다툼이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나온다. 상생의 논리보다 ‘너죽고 나살자’식의 극단적 이기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전력불균형의 해소로 경기력이 향상돼야 공존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이 달말이 트레이드 마감시한이다. 후반기에라도 재미있는 야구가 되려면 트레이드를 통해 팀간 전력차를 일정부분 해소하는 길밖에 없다.
/정연석 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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