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 여름의 강우패턴도 ‘마른장마 이후 집중호우’라는 공식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각별한 대비가 요망된다. 기상청은 9일 “장마전선이 사실상 일본 남해상에서 소멸됐다”며 “태풍 ‘카이탁’의 영향으로 11, 12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뒤 이달 하순부터는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에 따른 대기불안정 등으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결국 올 여름철 기압계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뒤늦게 확장, 8월 수해를 가져왔던 1998년, 99년의 경우와 거의 일치하는 셈이다.올 장마기간중 서울이 고작 64.3㎜의 비가 내려 평년(433.8㎜)에 턱없이 모자라는 등 대부분의 지방에서 ‘마른장마’현상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서울은 엇비슷한 63.2㎜의 비가 내렸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국지적인 집중 호우와 태풍으로 8월말까지 793.2㎜가 한꺼번에 쏟아졌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여름 기압계를 주도해온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상이 늦어지는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는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예년에 이 고기압은 7월 하순들어 장마전선을 만주까지 밀어내고 한반도를 장악, 다른 기압세력의 침범을 막으며 8월 불볕더위를 주도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륙성열대기단에 가로막혀 한반도로 확장하지 못했고, 이 사이 차고 건조한 기단이 침범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결국 뒤늦게 북상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찬 기단과 만나 우리나라에 집중호우를 뿌리는 것이다.
기상학계에서도 이제는 8월 집중호우를 ‘2차 장마’로 불러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91~99년 장마전과 장마후 8월말까지의 평균 강우량은 각각 344.5㎜와 477.5㎜로 장마후 강우량이 장마때보다 많은 추세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박정규(朴正圭)장기예보과장은 “2차 장마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지구온난화, 엘니뇨, 라니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벌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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