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려말과 조선초의 정도전(鄭道傳)을 연상시킨다.LG구조조정본부 강유식(姜庾植·52·사진) 사장은 오너의 신임 아래 우리 시대 핫이슈인 재벌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도전이 나라가 바뀌는 과도기에 이성계(李成桂)를 등에 업고 토지개혁에 나선 것과 비슷하다. LG가 4일 재벌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배 구조에 변화를 주겠다며 발표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제작 구본무(具本茂) 회장, 감독 강사장’의 작품이다.
참여연대 장하성(張夏成) 교수의 강사장 인물평은 인상적이다. 장 교수는 최근 “강사장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오너에 대한 충성에 매몰되지 않고,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명쾌하게 설정해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LG가 계열사인 데이콤의 이사진 절반을 사외이사로 채우자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뒤의 일이다.
98년 LG구조조정본부 부사장, 99년 사장으로 IMF이후 LG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강사장은 서울상대를 수석입학한 수재답게 깔끔하고, 확실한 구조조정을 해나가고 있다. LG는 ‘외자유치를 통합 합작’을 통해 구조조정을 했다. 다른 그룹이 따라하기 힘든 방식이다.
전체 42개 계열사중 3분의1인 14개 회사가 외국기업과 손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는 국내그룹중 가장 많은 36억5,000만달러(98~99년)의 외자를 유치했다.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강사장이 관리 기획 파트에서 잔뼈가 굵은데다, 91~96년 미국 근무때 선진 기업을 접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강사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람있었던 일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없다. 앞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요즘 기업의 흥망성쇠를 다룬 알프레드 챈들러의 ‘스케일 앤드 스코프’(Scale and Scope)를 읽고 있다는 강사장.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림없는, 유연성있는 기업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재벌 오너의 핵심 참모이면서, 개혁의 설계사이기도 한 강사장이 어떻게 LG의 변신을 기획할 지에 대해 다른 재벌들이 눈여겨 보고있다.
● 약력
1948년 청주 출생
1967년 청주고 졸업
1971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72년 럭키 입사
1987년 금성 이사
1996년 LG반도체 부사장
1997년 회장실 부사장
1999년 LG 구조조정본부 사장
● 나의 취미
골프치고 책읽는 것을 좋아한다. 골프 핸디는 18이다. 식물원에 가는 것도 즐긴다. 외국에 나갈 때면 시간내서 들르려 한다. 박물관도 좋아하는 곳이다. 술을 즐겨 하지 않지만, 담배는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운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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