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을 막기 위한 정부와 노조측의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은 협상테이블에서 양측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파업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파업은 거시적 관점에서 노조원들의 생존권 유지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최근 며칠새 파업참가 은행에서 불참은행으로의 급속한 자금이동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도 노조측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더욱이 불참은행이 많고, 파업은행에서도 대체인력이 투입돼 일선창구 영업이 정상가동된다면 노조측에는 승산없는 게임이 분명하다. 정부측을 편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정부에 그동안 많은 전과(前過)가 있더라도 지금 추진하려는 금융개혁의 당위성만큼은 국민여론과 세계적 조류로 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인 것이다. 관치금융의 청산이나 구조조정에 사전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노조측의 주장은 물론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점에서는 정부측도 마찬가지다. 금융권이 정부가 컨트롤하기 쉬운 분야이기 때문에, 또는 금융지주회사 방식이 당장의 ‘가시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개혁방향으로 잡은 것이라면, 이는 ‘개혁 편의주의’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왜 우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가”라는 금융노조원들의 호소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래서 우리가 금융노조의 파업 돌입여부보다도 주목하는 대목은, 국민과 내외 시장을 불안하게 한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다. 노·사·정의 타협으로 다행히 파업이 저지되더라도 고질적인 병인(病因)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실물시장의 부실, 다시 말해 기업의 부실이다.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98년 1차 금융개혁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원인을 중시해야 한다. 재벌기업들의 부실한 재무구조는 계열사 순환출자 방식의 ‘회계상 개선’으로 위장되어 있으며,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들이 워크아웃 금융특혜의 우산 속에서 부실을 확대 재생산해 내고 있다. 실물경제상에 온존하는 부실로 덤터기를 쓰고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 금융권이다.
개혁은 관련부문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재벌기업들의 실질적 구조조정과 워크아웃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병행되지 않는 금융개혁은 지주회사든 합병이든 모래성을 쌓는 부질없는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