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에 의료보험에서 옷을 갈아입은 ‘국민건강보험’이 제대로 출범도 못한 채 만신창이가 되고있다.지역 및 직장의료보험 조직을 합치는 의료보험 통합에 따라 1일 국민건강보험 공단이 발족했지만 사회보험노조(구 지역의보노조)의 파업이 8일째 계속되고 사측은 강경대응으로만 일관해 곧바로 파국을 맞고 있다.
이로 인해 정산, 자격관리 등 각종 의보 민원업무의 파행이 빚어져 또다시 모든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형편이다.
마주 달리는 노·사
취임 12일만에 노조로부터 뺨을 얻어맞는 등 ‘봉변’을 당한 박태영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이사장은 “이번에 노조를 잡지 못하면 공단은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라며 노조 장악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안호빈 노조 수석부위원장도 6일 “박이사장이 노조를 와해시키려 하는 한 사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노사갈등이 점차 감정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양측의 철저한 불신이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박사장은 부임이후 노조측에 ‘2년간 무쟁의 선언’과 ‘총무관리실 등 일부 부서 노조원 자격정지’ 등 2가지 안을 제시하고 받아들일 경우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노조를 우롱하는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 지난달 28일부터 파업에 들어갔고 같은달 30일 공권력 투입과 공단 임원에 대한 감금폭행사건 등 불상사가 계속됐다.
‘건강보험’은 어디에?
파행의 결과는 국민 피해로 나타나고있다. 총 1만2,500여명의 직원 중 7,000여명의 사회보험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하는 바람에 업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교직원(공교)노조원과 비노조원 등이 빈 자리를 메우려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의료보험증 갱신 등 간단한 업무를 제외한 자격관리, 의료기관 급여 이의신청, 건강검진 등 상당수 업무가 마비지경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 새로 시행되는 장제비(25만원)지급이 안돼 집단민원이 폭주하고있다. 공단 관계자는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10일이후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실마리를 찾아야
공권력 투입이후 사측은 노조원들의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 노조측은 이에 대해 “직장폐쇄 상태도 아닌데 업무에 복귀하려는 노조원들을 차단하는 것은 명백한 업무방해”라며 금명 박이사장을 고발키로 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사측의 한 고위관게자는 “노조가 백기를 들지 않는 한 대화는 물론, 조합원들의 업무복귀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예 손을 놓고있다. 기껏해야 민원대책 수립을 지시하는 등 급한 불끄기에만 급급하다. 조홍준 울산대의대교수는 “노·사의 대화재개와 노조원들의 업무복귀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정부가 적극 개입에 나설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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