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을 선언한 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이 파업 불참은행 및 외국계 은행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6일 금융계에 따르면 파업 불참을 발표한 신한은행의 경우 전일 대비 수신증가액이 3~5일 4,000억원을 넘어섰고 한미은행 수신액도 이 기간에 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또 하나은행의 수신액도 3~5일중 1,200억원 늘었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의 관계자도 “정확한 증가액을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종전보다 수신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파업이 예고된 모 시중은행의 경우 4일까지 증가세를 유지하다 5일 90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최근 각 은행의 수신액 추이를 보면 파업참여를 선언한 은행 가운데서도 아직은 수신액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은행 총파업이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 간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 총파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고객들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어음교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데다 대금결제 등을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은 자금이 필요없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리 자금을 확보해두려는 고객들도 부쩍 늘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주고객인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에는 최근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 “다른 은행과 거래하고 있는데 대금결제일을 지키지 못할 것같아 예금을 옮기려고 한다” “총파업에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냐” 등등. 하나은행 영업부 관계자도 “모 증권사에서 현재 거래중인 은행이 문을 닫으면 영업자금을 자기앞수표로 끊어줄 수 있느냐고 문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개인 고객들도 파업에 참가하는 거래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 C은행 관계자는 “일부 개인 고객이 보통예금에서 자금을 인출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으로 옮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파업불참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해놓고 있기 때문에 ‘불안요인’이 사라진 상태”라며 “예금자보호한도 축소 등 금융환경 변화와 맞물려 은행간 자금이동이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