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6일 국회대표연설은 예상보다 비판의 강도가 높았다. “통일외교와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상생의 정치를 하겠지만 부정선거와 야당 파괴행위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두 갈래의 정국 인식을 밝혔다.그러나 주조는 정부의 실정 비판쪽이었다는 평가다. 한 주요당직자는 “비판 일색”이라는 지적에 “잘한 게 없는 데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새롭고 구체성을 띤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총재는 경제, 민생 분야에서는 정부의 실정을 신랄하게 헤집었다. “경제정책의 모든 잘못은 현 정부의 오만하고 무책임한 자세와 무관하지 않다”며 직격탄을 날렸고 “김대중 대통령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총재는 공적자금 투입에 동의할 뜻을 밝히면서도 ‘공적자금백서’제출 요구, 공적자금에 관한 국정조사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따질 것은 반드시 따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대화와 협력의 전기를 마련했다”며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대북 지원 문제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부정 선거 및 편파 수사를 두드러지게 강조한 점. 이총재는 “잘못된 선거는 잘못된 정부, 잘못된 권력을 낳아 나라 전체가 잘못돼 가게 마련”이라며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까지 언급했다.
당초 이 부분은 연설의 뒷부분에 ‘걸치고 넘어가는’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다 전날 독회를 거치면서 수위가 한껏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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