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명실상부’과연 그런 말들이 생각났다. 지난 화요일 저녁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스매싱 펌킨스의 내한 공연은 세계 최고 수준 록 밴드의 이름에 값하는 라이브 콘서트의 진수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진작부터 이번 스매싱 펌킨스의 공연은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미 밴드의 해산을 발표하고 진행중인 최후의 콘서트 일정인데다, 그나마도 갑작스레 내한이 결정된 때문이다.
리더인 빌리 코건의 말마따나 “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기에 의미가 각별하다.
그러나 예상을 한참 빗나간 관객이 절반도 차지않은 상황은 긴장감마저도 감돌게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그들은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공연은 관객들의 열화와 같이 뜨거운 환호 속에서 점차 고조되고, 급기야 후반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로 장식되었다.
최근작 앨범 ‘Machina/The Machines Of God’을 중심으로 밴드의 히트곡을 망라하며 2시간 동안 숨돌릴 틈없이 이어진 공연은 일관된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다채로운 구성을 보였다.
빌리 코건의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무대를 꾸미거나, 일렉트로닉 드럼 세트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고, 녹음된 효과음을 드라마틱하게 사용하는 짜임새도 보였다.
또 ‘Blew Away’란 곡에선 기타리스트 제임스 이하가 보컬을 맡았고 마지막 곡 ‘1979’에선 드러머까지 기타를 메고 나와 색다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다른 멤버들을 압도하는 빌리 코건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단연 눈에 띄는 것이었다. 리더십을 넘어 독재라고까지 표현되어 왔던 그의 존재감은 10년여의 성공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밴드가 ‘해산할 수밖에’ 없음을 묵시하는 증거인 듯했다.
스매싱 펌킨스는 이번 공연을 통해 ‘최고의 록 밴드’란 화려한 수식어가 결코 그냥 얻어진게 아님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그들은 관객이 원하는 바 이상의 것을 보여줌으로써 특별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비록 계산된 발언일지언정 “이제야 한국에 오게 돼 정말 죄송하다. 우리는 정말 바보”라며 관객들을 추켜세웠고,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며 이 음악을 북한 사람들도 함께 들었으면 좋겠다”는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공연을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지 못했다는 사실은 두고 안타까울 일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같은 10대들과 경쟁하기 힘들다”라는 그들의 언중유골의 ‘해산의 변’이 뇌리에 되새겨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박은석·팝 칼럼니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