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복 입고 출연한 뒤, 몸 풀면 아이를 옆에 두고 연주하라는 말까지 하더군요.” 임신 6개월로 접어 든 지난 5월말까지 거의 매일 밤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에서 노래를 들려 준 황순영(32). 콧소리 섞인 비브라토로 노래를 마감질하는 솜씨가 재즈 보컬의 참맛을 일깨운다.같은 동양 여성 재즈 보컬이라도 흔히 알려진 게이코 리식의 지방질이 아니다. 동물성이지만, 맛있게 씹히는 단단한 육질이다. 게다가 자신의 능란한 피아노로 받쳐주니, 나비와 꽃이 서로를 희롱하는 지경이다. 클래식, 서양 회화를 거쳐 재즈를 발견한 그녀.
87년 성신여대 서양학과에 입학하기 전, 그녀의 행로는 차라리 음대 지망생이었다.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였던 어머니 김길순(57)씨의 영향으로 소나타를 연주하며 음대 진학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 재학중 미술학원을 다녔던 그녀는 자유를 찾아, 고2때 미술로 본격 선회한다. 그러나 작업 때면 신나는 퓨전 재즈를 틀어 두었다. 아니면 딥 퍼플도, 호로비츠도 좋았다. 회화의 자유로움은 곧 음악적 잡식성이었다.
졸업 직전인 90년 12월 한달 꼬박 그녀는 김목경 블루스 밴드 등 프로들과 공연했다.
이후 최세진 손오영 이건희 등 중견 재즈맨들은 물론, 국악 작곡가 김영동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참 운이 좋았다. 셀로니어스 몽크의 피아노, 빌리 할러데이의 보컬을 합친 스타일로 클럽가를 달궈왔다.
MM 재즈 7월호 부록 CD에는 그의 연주와 노래 7곡이 실려 있다. 수록곡 중 ‘Don't Explain’을 땅속의 오리지널 가수 빌리 할러데이가 들었다면 조금은 긴장할 지도 모른다. 아이도 9월 중순께면 태어나 늘 듣던 엄마의 재즈를 생생히 즐길 수 있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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