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돌아가는 꼴이 한심하다. 정권은 있되 정부는 없는 형국이다. 곳곳에서 갈등이 증폭하고 그로 인해 민생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정부는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국가의 기강은 무너질대로 무너져 가고 있다. 오죽하면 전직 장관을 지낸 공공기관의 장이 아랫사람들에게 뺨을 맞고 감금폭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을까. 그런 가운데 의료대란 조짐이 다시 나타나고 있으며, 금융기관의 총파업이 시시각각 닥쳐오고 있다.곳곳에서 대통령이 나설 것을 요구하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권의 무기력증을 나타내는 한 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치논리에 따라 임명된 신임총리는 애초부터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고, 내각의 장관들은 소신없이 위만 쳐다 보거나, 무책임한 말 바꾸기 등으로 신뢰의 기반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 좋은 본보기가 의료대란과 의료보험 조합원들의 농성사태, 금융노련의 파업 움직임이다. 의료대란은 전적으로 보복부의 정책추진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태를 추스를 능력도 없으면서 무조건 일을 벌여놓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정책추진은 결국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투쟁으로 발전했다. 보복부가 설익은 상태에서 의료보험조합을 통합하려 한 것도 결국은 실수였다. 재경부와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의 통폐합 또는 구조조정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때와 장소에 따라 무책임하게 말 바꾸기로 응대해 금융기관 종사자들을 불안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다. 밥줄과 관련이 있는 일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정부가 이처럼 무기력증에 빠진 원인을 다른데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안일한 정권관리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소수기반 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입안과 추진과정에 시민단체 등 대중운동의 역량을 연계시키려 한 것이 결국 정부로 하여금 이런 풍조를 낳게 했다는 것이다.
각 분야의 갈등사태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권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우선 이른 시간내 정부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유책의 관행정립이다. 문책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다음, 한번 원칙을 세우면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아가는 원칙고수의 관행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결국은 사태를 그르친다는 것을 정부는 이번 기회에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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