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사법부의 독립적 지위를 배려한 듯 후보자의 개인신상 보다는 법철학 및 판결소신을 파악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특위 위원들은 질문서두에 사상 최초로 사법부가 입법부의 검증을 받게 된 청문회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준비부족 탓인지 수박겉핥기식의 솜방망이성 질의가 많아 검증과는 거리가 있었다. 후보자들은 국가보안법 개폐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 “앞으로 판결을 해야 하는 처지에 관련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예봉을 피해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고전(古典)을 인용, 후보자의 법인식을 물어보는 질문이 많아 ‘법과대학 입시면접’을 연상케 했다.
한나라당 유성근(兪成根) 의원은 이규홍(李揆弘) 후보에게 같은 약탈행위라도 해적의 그것은 처벌받지만 대왕의 행위는 면책된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우화를 인용, 법의 성역인정에 대한 견해를 물었고 이양희(李良熙) 의원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인용, 사회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위법행위에 대한 판단을 손지열(孫智烈) 후보에게 물었다.
또 민주당 이원성(李源性) 의원은 이강국(李康國) 후보를 상대로 사형제도 존폐 및 뇌사인정 등 법철학적 판단에 관계된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자민련 이양희 의원은 청문회 위원들에 비해 낮게 위치한 후보자 좌석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의원은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질문자와 후보자가 라운딩 테이블에 대등하게 앉아 진행된다”며 “민주적 국회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후보자 좌석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