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선수권 프랑스_이탈리아의 결승전이 끝난 다음 날인 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전총리가 7월부터 6개월간 EU의 의장국을 맡게 되는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총리를 공식 방문했다. 그런데 이날 두 사람은 업무는 제쳐두고(?) 축구얘기만 나눴다고 외신은 전한다.조스팽총리가 “각하, 미안합니다”고 인사하자 프로디전총리는 “아름다운 경기였습니다”고 답했다. “감동적이고 파워풀했죠”(조스팽), “유럽이 이긴 것이죠”(프로디) 라며 의례적 인사가 다시 오갔다.
이어 조스팽총리가 “(프랑스 우승이) EU를 이끌게 될 프랑스에 대한 선물이지요”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프로디전총리는 “이탈리아팀도 훌륭했지요”라고 응수했다.
이에 조스팽총리는 “분명히 그렇죠. 우리가 동점골을 못 넣었다면 말이죠”라며 또 우월감을 내비쳤다. 외신이 전한 두 정상의 대화에는 자기 나라 축구에 대한 자존심이 깔려 있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났다.
유럽 정상들에게 축구는 외교적으로 중요한 화두이다.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등 주요 대회에서 축구선진국 정상들은 자주 만난다. 이번 유럽선수권 결승서도 두 사람은 물론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이탈리아의 카를로 아제글리오 챔피 대통령이 나란히 관전했다.
‘학창시절 축구선수’였음을 자랑하지만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한 시라크대통령은 경기후 라커룸을 찾아 공로를 치하했다. 챔피대통령 역시 직접 격려했으며 패배에도 불구, 선전한 선수들에게 ‘공화국의 기사’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유럽정상들의 이런 행동은 축구에 대한 국민적인 인기때문이고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언행 하나하나에서 축구에 대한 사랑을 읽을 수 있어 여간 부럽지 않다.
우리 대통령이 축구경기장을 찾는 일은 거의 드물다. 중학시절 축구선수를 했다는 김영삼전대통령이나 김대중대통령, 그리고 2002년 월드컵후 치르게 될 차기 대선 후보주자들의 축구에 대한 이해도는 얼마나 될까.
월드컵기간중 혹 있을지 모르는 외국정상들과의 만남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지도자들 역시 축구에 대한 약간의 상식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유승근
us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