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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실엄고생에게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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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실엄고생에게 미래를

입력
2000.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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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문득 길을 걷다 기분이 상하는 말을 들었다. “무슨 기름내 나는 교복을 입고 다니나”였다. 그 애는 인문고 교복을 입고 있었다.상대가 커서 겁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내 자신을 책망하게 됐다. ‘공부 좀 더 해서 좋은 학교에, 좋은 말만 듣고 다닐 것을, 인문고 교복 입고 목에 힘주며 다닐 것을…’

거리를 다닐 때도 부족해 보이고 불량해 보이는 학생들에게 날아가는 말들은 모두가 실업고 학생을 겨냥하는 것 같았다. 물론 무조건 그렇게 보는 어른들도 적지 않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저 앤 실업계 일꺼야, 실업계일 수밖에 없어, 실업계이니까” 이런 말투로 실업계 학생을 비하한다.

뿐만 아니라 실업계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심지어 가정에서도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극히 일부 선생님도 “너희가 가르친다고 되느냐, 아는 거나 잊지 말아라” 며 학생을 무시하고 포기해 버린다. 집에서도 “창피해서 자식 있단 말도 못 한다. 할 줄 아는 게 뭐냐”는 등 실업고에 대한 편견은 붉은 낙인처럼 따라다닌다. 물론 모든 선생님들이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뜻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기술과 기능을 알리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참된 선생님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받는 진한 소외감은 쉽사리 떨칠 수 없다.

인문계 학생들이 머리 싸매고 입시교육에 몰두할 때 우리 역시 땀 흘려가며 기능을 연마하고 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며 실업고를 졸업해도 우리가 갈 곳은 많지 않다. 현재의 대학입시제도 아래 우리들이 인문고생들과 똑같은 조건아래 경쟁을 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도 없고 실업고에서 배운 기술로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도 없다. 따라서 나라에서는 둘 중의 하나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업고 과정을 이수한 성적을 평가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든지, 산업 현장에 나가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교육과정을 재편성해 주고 실습 장비도 더욱 현대화시켜 주든지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학교 생활도 꿈과 활력으로 넘칠 것이고 학교를 벗어나 방황하는 아이들도 줄어들 것이다.

/이승기 광주기계공고3

‘1318마당’에 글이 실린 청소년에게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e-메일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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