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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란·불편 줄이기에 힘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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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란·불편 줄이기에 힘쓰라

입력
2000.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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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립 이후 4번째로 국어 로마자 표기법이 개정돼 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정부가 개정해 발표한 새 로마자 표기법은 한국어 발음을 최대한 원음대로 적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현실적으로 거의 쓰이지 않았던 반달표와 어깻점 등 특수부호를 폐지하고, 유성음과 무성음 구별을 없애 ㄱ, ㄷ, ㅂ, ㅈ 등을 위치에 상관없이 g, d, b, j 등으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지난 50여년간 사용해온 표기법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새 표기법이 초래할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혼란이 5~10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적 홍보와 교육에 착수하는 일이 시급하다.언문정책은 시대에 따라 변화될 수밖에 없고, 표기법은 사회 변화에 따라 그때 그때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수립 이후 어문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어 혼란과 불편이 큰 것이 사실이므로, 정부는 혼란을 최소화하는 일에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국민에게 새 로마자표기 용례집과 안내서 등을 각 단체에 배부하고,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야 한다.

새 표기법에 따라 도로 표지판과 문화재 안내판, 각종 지도와 사전, 교과서를 비롯한 출판물 등의 표기를 바꾸는 데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건교부는 전국의 도로표지판을 바꾸는데 1,7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 지명도 70% 이상이 바뀌어 내년 한국방문의 해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전국 주요 관광지 표지판을 새 표기법으로 고치고 월드컵이 열리는 10개 도시의 각종 도로 표지판과 안내판을 내년말까지 바꿀 계획인데, 그 과정에서도 세밀하고 치밀한 시행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삼성 현대 등의 기존 상호명은 그대로 두되 새로 지어지는 상호에 한해 새 표기법을 적용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기존 표기법 상호와 새 표기법 상호의 혼재로 혼란이 불가피하다. 인명의 경우 성과 이름 표기를 각자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여권의 인명표기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단일안을 만들겠다고 한다. 같은 성이 여러 가지로 표기되는 데서 일어날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표기법은 사회적 약속이므로 되도록 변동이 적어야 한다. 어느 나라나 100% 완벽한 표기법은 없다. 시행상의 혼란을 줄이는 것이 정부에 부과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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