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로 은행 총파업이 예정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도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우려의 시각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편 은행직원들과 그 가족들은 파업 참가여부에 관계없이 구조조정의 격랑에 내몰릴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파업의 단초가 된 금융지주회사제도는 은행합병 등의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단이다. 금융산업은 특성상 유사성이 많고 이에따라 고정비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산업이므로 금융지주회사는 정보기술투자 등에 있어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또한 은행 증권 보험 등을 두루 자회사로 거느리는 겸업효과와 전문화된 자회사로 구성된 금융그룹의 시너지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그외에 지주회사체제는 대형화 그룹화에 따른 신용도 상승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씨티그룹의 경우는 지주회사의 브랜드네임을 가지고 개별 자회사의 명성을 높여 자금조달 코스트를 줄이고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전통적으로 분업주의를 고수해 왔던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금융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를 지배구조 전쟁으로 일컫기도 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지배구조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주회사제도가 범세계적으로 일반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IMF, OECD 등의 권고에 따라 1999년 4월에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였다. 무릇 모든 국가, 모든 영역에서 지주회사제도가 보편화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 금융산업만 소외되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우리가 빨리 따라가야 할 선진국들이 자국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전문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미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여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대 은행의 규모가 외국 유수은행의 5∼10% 에 머물고, 경쟁력 측면에서도 선진국의 3분의 1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무조건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회사제도의 도입에 대하여 금융노조측에서 파업을 강행하면서까지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비록 정부가 금융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면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2차 은행구조조정의 첫단추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즉 지주회사제도를 통하여 금융기관을 강제합병할 것이며 이로 인하여 그동안도 많은 일자리를 잃었던 은행원들이 또다시 대량해고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불신이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노조를 진지하게 설득하여야 할 것이며 노조도 정부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강제합병 의사가 없음을 천명한 이상 이를 신뢰해야 할 것이다.
지난 2년반동안의 금융구조조정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확보하여 국제금융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도록 우리 금융기관들이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IMF 당시의 시스템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하여 국민세금으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사용되었지만, 그것이 끝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선진국에서 이미 금융기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도입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제도의 도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열어주어야 한다. 이제 정부와 노조 모두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어떻게 하면 높일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손정식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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