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각 금융기관들이 최악의 시나리오인 ‘전산마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은행의 ‘심장’인 전산시스템 작동이 중지될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은행 파업대비 상황실’을 가동, 각 은행으로부터 파업 및 전산망 마비에 따른 ‘비상계획서’를 제출받았다.
금감원은 단계별 시나리오를 통해 상황에 따라 대처한다는 방침. 일단 파업전에 사설 경비업체나 경찰력을 투입해 전산시스템을 ‘사수’한다는 것이 첫 단계.
만약 이에 실패할 경우 전산직원들을 노조원들과 격리시킨 뒤 용역직원 및 비노조원을 동원해 전산시스템을 부분적으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노조원들이 전산망을 완전히 장악하는 ‘극한 상황’에 처할 경우에는 공권력을 동원해 노조를 강제해산하거나 금융휴무에 들어간다는 특단의 대책까지 마련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한국은행을 통해 돈을 풀어 고객의 예금인출 사태에 대비한다는 계획. 어음교환이 제대로 안돼 정상기업이 부도나는 것을 막기위해 금융결제원의 어음교환 마감시간도 연장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또 금융결제원 시스템이 정지돼 어음교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도 관련 제재조치를 유예해주고, 공공요금 납입기간도 연장해주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각 금융기관들도 비상 대책수립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노조를 자극하지 않기위해 보안유지에 신경쓰는 모습이다.
한빛은행은 전산자회사인 한빛은시스템 직원 100여명과 간부요원으로 전산시스템을 부분 가동시키는 것을 계획중이며, 국민은행도 전산직 비노조원과 외부지원인력 50여명을 이미 확보해뒀다.
주택은행은 “전산가동 중단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만일 전산망 가동이 중단될 경우 지난해 연말 준비해뒀던 Y2K(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 업무지침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다각도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산인력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고객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견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객들도 미리미리 현금 수요를 파악해 긴급 자금 정도는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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