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사건은 우리 증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특정회사 주식을 대량 매집하거나 매도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거나 내리는, 이른바 ‘작전’이 시장에서 횡행해 온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지금까지 적발된 작전행위는 대개의 경우 기관투자자나 큰손들이 자기 보유주식의 단기 시세차익을 위해 직접 주식을 매집·매도하는 방식이었다. 재벌그룹들이 계열 금융사나 제3의 계열사를 동원해 특정 계열사 주가를 조작한 사례들도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은 그 양태가 사뭇 다르다. 종래의 작전행위들은 이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할만큼 그 수법이 지극히 악성이다. 코스닥에 등록하기 전부터 미리 펀드매니저들과 짜고 자사 주가를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약조하고 그 대가로 거액의 사례비를 줬다니, ‘조직적인 범죄’ 행위라 할 것이다. 그 결과 세종하이테크 주식은 코스닥 등록 당시 공모가가 5,000원이었던 것이 3개월만에 3만3,000원 수준으로 6배 이상 치솟아 회사측은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고 한다. 그리고 펀드매니저들은 이 과정에서 일인당 최소 1억원 이상의 불법 커미션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가가 일정 목표에 올라 상투단계에 이르자 자신들이 관리하는 투신 또는 증권사의 개인투자자 계좌로 주식을 넘겼다. 기관의 공신력을 믿고 돈을 맡긴 개인투자자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되었다. 주식시장을 야바위판 쯤으로 보지 않고는 이런 비열한 사기극을 벌일 수 없다.
더욱 개탄스런 것은 범죄를 공모한 회사와 펀드매니저, 펀드매니저들이 속한 투신사 및 증권사들이 한결같이 그 분야에서 일류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세종하이테크는 국내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유망 반도체 장비 메이커이고, 펀드매니저들은 이른바 ‘386세대 엘리트’로 꼽혀온 차세대 대표주자들이라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풍문으로 나돌던 ‘검은 커넥션’의 암약상을 말해주는 우리 증시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이번 사건이 발표된 후 코스닥 시장은 크게 냉각된 분위기다. 증권시장의 건전한 육성발전에 독약과 다름없는 주가조작행위는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근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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