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엔 실체 불명의 ‘음모설’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 상황실장 출신으로 16대 의원에 당선된 장성민(張誠珉)의원이 자신의 선거사무장이 구속되자 ‘핵심 실세의 음모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데서 비롯된 파문이다.우선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여권의 ‘386 실세’로 평가받는 장의원이 선거법 위반 사실을 적발당했다고 해서 대뜸 자신이 속한 계보의 ‘대선배’를 향해 날을 세우고 나섰다는 점이다. 여권 전체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모르고 한 얘기라면 정치적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밖에 할 수 없고, 알고서도 그렇게 했다면 그 ‘배짱과 무모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장의원과 가까운 민주당 ‘386 의원’들의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다. “왜 당에서 장의원을 보살피지 않느냐”“어려운 처지에 있는 장의원을 당차원에서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검찰이 혐의사실을 확인해 당사자를 구속한 사안에 대해 당 지도부가 어떤 ‘보살핌’을 줄 수 있다고 이들은 생각하는 것일까. 혹시라도 “왜 검찰에 항의하고 압력을 넣지 않느냐”는 ‘투정’이었다면 이는 자신들이 내건 ‘창조적 개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재판에 회부된 사안에 대해 억울함이 있다면 음모론을 내세워 정치적 탈출을 모색하거나 당 지도부의 보살핌을 요구하기 보다는 사법부에 판단을 맡기고 ‘근신’하는 게 정치 새내기다운 현명한 처신이 아닐까. 검찰이 적발한 ‘돈선거’혐의에 대해선 한마디 반성이나 사과 없이 근거없는 정치적 음모론을 주장하거나 지도부만 책망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태’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신효섭정치부기자
hsshin@hk.co.kr
입력시간 2000/07/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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