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의 하이테크(high_tech) 기업들이 로테크(low_tech) 기술을 사용하는 산업 스파이로 몸살을 앓고 있다.쓰레기통 뒤지기, 해킹, 뇌물 제공, 경쟁기업의 핵심기술자 빼돌리기 등 굴뚝기업들에 쓰여졌던 재래식 산업스파이 기술이 하이테크 기업들에도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산업스파이 활동이 노출된 기업들에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칸 온라인, 오라클 등 굵직굵직한 첨단 기업들이 포함돼 있는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지난 주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라이벌인 오라클의 산업산업스파이 활동이 밝혀져 떠들석했다. 오라클은 미 연방정부의 MS사 독점금지법 위반소송에서 MS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기업집단 및 정책집단들에 관한 정보수집을 위해 사설탐정기관을 고용했다.
전문가들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개방적이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느라 보안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굴뚝 기업들보다 산업스파이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물 로비에 보안요원을 배치한 기업들은 극히 드물고, 많은 문들이 열려 있으며, 컴퓨터들도 외부 침입에 노출돼 있다.
미 산업안전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주간지 포춘이 선정한 1,000대 기업이 산업스파이에 의해 잃은 손실액은 450억달러. 일부에서는 1,000억 달러로 추산할 정도로 산업스파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중 하이테크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미국 대기업들은 산업스파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종의 정보기관과 같은 부서를 운용하고 있다. 역할은 라이벌기업 모니터에서부터 신기술이나 인수합병 감시, 고객 기업의 직원 사기 점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중 1982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 얀 헤링이 만든 모토롤라의 정보담당부서가 최고의 모델로 꼽힌다. 헤링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개념은 CIA와 백악관의 관계를 모방했다”면서 “우리는 최고의 정보를 제공하고 이사회가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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