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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시민의식이 월드컵 성공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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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시민의식이 월드컵 성공 열쇠

입력
2000.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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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0 준결승전을 앞둔 6월29일 암스테르담 거리는 볼 만했다. 건물마다 오렌지색 깃발이 펄럭이고 사람들은 상의, 스카프, 모자 등 거의 모든 의상을 오렌지색으로 치장, 네덜란드의 승리를 기원하고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축구축제를 자축하고 있었다.특히 담 광장의 왕궁 앞뜰은 시민들의 축제행사로 떠들썩했다. 시민들이 급조한 브라스밴드가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열차놀이 하듯 그 뒤를 따라 춤을 추고 박수를 치며 흥겨움에 젖어 있었다.

지휘하는 사람도, 통제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행사는 흥에 겨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들의 자율적인 시민의식의 발휘로 축제다운 분위기도 잃지 않았고 거리의 질서도 무너뜨리지도 않았다.

암스테르담의 거리축제를 지켜보며 나는 2002년 월드컵 성공의 열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축제 분위기, 건전한 시민의식의 발휘로 이루어지는 질서와 청결….

많은 사람들이, 많은 언론들이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함으로써 오히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낙후된 점들만이 대비되고 강조되어 사서 망신당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우리는 지금 수많은 돈을 들여 10개의 경기장을 건설하고 인접 도로망 정비는 물론 수송, 숙박대책 수립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는 모든 게 예전 사용하던 그대로였다. 좁은 도로에 뒤엉킨 전차와 버스와 승용차와 자전거와 보행인들, 다만 그곳에서는 사람이 가장 먼저이고 다음은 자전거, 그 다음은 오른쪽에서 진입하는 차량…등등 미리 정해진 약속대로 모든 혼잡과 어려움을 자율적으로 큰 문제없이 풀어나갈 뿐이다.

결승전이 벌어진 로테르담의 파이노르트 경기장으로부터 1시간이나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간신히 구한 호텔은 별을 4개나 붙인 튤립인 부르덴. 방은 천장 아래 다락처럼 붙어 있고 냉장고는 물론 욕조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침 식탁에서 전날 자신이 구경한 거리축제에 대해 신나게 떠드는 사람은 많아도 교통이나 숙소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의 2002년 월드컵 준비를 위한 투자는 오히려 너무 과한 것은 아닐까. 일본과의 비교가 걱정된다면 돈 들이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네덜란드에서 확인한 친절과 질서와 청결의 시민의식이라고 굳게 믿는다.

/ 방석순·2002년 월드컵조직위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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