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서비스, 얼마나 멋지고 역동적인 일입니까.”기업형 레스토랑과 대규모 패스트푸드점이 밀집한 서울 강남 코엑스몰에 막강 ‘여성파워’가 등장했다. 동양제과가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의 코엑스점장 박숙자(33)씨. 올 5월 베니건스 최초의 여성 점장으로 발탁된 박씨는 종업원수만 45명에, 연매출액 30억원을 바라보는 대형 외식업체(코엑스점)의 ‘CEO’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베니건스 내에선 제너럴 매니저(점장)라는 직책을 지닌 엄연한 사원이지만, 코엑스점에 관한 한 신규 인력의 채용부터 직원교육 및 관리,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식당운영 일체를 혼자서 책임지고 관할하는 최고경영자이다. 박씨는 “남(회사)의 돈과 노하우로 근사한 식당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대학 전공(관동대 관광경영학과)을 살려 첫 직장인 힐튼호텔에 입사한 것이 1991년. 워낙 활동적인데다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성격이라 대졸 사원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식음료 파트를 자원, 식당 서빙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뎠다. 기절초풍을 하실 부모님이 염려돼 한동안 식당 서빙을 한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감출 수 밖에 없었다. 외식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 하나로 1996년엔 29세의 때늦은 나이로 베니건스 사원공채에 지원했다.
최하위직인 매장안내직(호스트)과 테이블 주문담당(서버)으로 여러 직영점을 두루 거친 그는 남다른 능력과 서비스 감각으로 서버→트레이너→헤드 트레이너→매니저→시니어 매니저→제너럴 매니저 등 불과 5년 안에 이례적인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지난 해엔 근무하던 직영점의 매출실적을 1위로 끌어올린 공을 인정받아 베니건스 ‘올해의 매니저’로 선발되기도 했다. 방대한 유동인구와 대규모 국제회의 등을 겨냥해 주요 외식업체들이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코엑스몰에 박씨를 사령탑으로 앉혔다는 것만 봐도 그에 대한 회사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 읽을 수 있다.
박씨의 고객관리는 유별날 정도로 철저하다. 예약 손님이 매장을 다녀간 뒤에는 일과후 일일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식당을 방문해줘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묻고 메모한다. 테이블마다 고객 의견서를 비치, 고객들이 적어낸 의견서를 한장도 빠짐없이 체크해 바로바로 식당 운영에 반영한다. 박씨는 “칭찬보다는 불만사항을 적어준 고객을 반드시 ‘내 손님’으로 만들줄 알아야 한다”며 “좋지 않았던 경험을 말해주는 사람은 그만큼 우리 식당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여직원들 사이에선 마음넓은 ‘큰 언니’로 통한다는 그는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외식 서비스업은 겉보기엔 화려할 지 몰라도 하루 8∼9시간을 서서 근무해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며 “노력한 만큼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매사에 적극적이고 추진력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볼만하다”고 조언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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