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11월초 한_멕시코 포럼 창설회의 참석차 멕시코 시티를 1주일여 방문한 일이 있다. 경제총수의 ‘펀더멘털’타령을 믿었던 우리 일행은 IMF체제를 꿈에도 생각지 않은채 김포공항을 떠났다. 귀국 며칠후 한국은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 말로만 듣던 ‘IMF통치’가 시작됐다. 당시 우리가 찾은 멕시코도 IMF체제 아래 있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까다로운 많은 조건들’때문에 넌덜머리를 냈다. 하지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우연하게 그해 여름엔 미 서부와 붙은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를 거쳐 수려한 해안선 도로를 따라 엔시나다까지 자동차여행을 한 일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大 교환교수로 왔던 아주대 김영래교수와 동행이었다. 멕시코해안 도로를 따라 2~3시간쯤 달렸을까, 조그만 소도시 번화가를 지날 무렵이었다. 순찰차가 까닭없이 뒤쫓아와 정차를 요구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ALTO(스페인어로 STOP)사인에 일단정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ALTO가 ‘일단정지’인 줄도 몰랐거니와 일행중 누구도 그런 표지판을 보지못했다. 따지려하자 ‘노 잉글리시(영어를 모른다)’라며 수갑을 꺼내 위협했다. 이미 들어 알고 있었던 ‘통행료’를 준비하지 않을수 없었다. 미화 20달러짜리를 손바닥에 쥐어주었더니 ‘노 잉글리시’라던 경찰은 금방 ‘good luck(행운을 빈다)’하며 총총히 사라졌다.
■포럼에서 만난 멕시코 관리에게 지난 여름의 난처했던 경험을 얘기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부패의 추방이 우선적인 국가목표라고 했다. 어느 관리는 “대통령이 바뀌면 당신 돈을 빼앗은 경찰관까지 바뀌는 것이 관례였다”고 실토했다. 부패의 먹이사슬은 대통령에서 부터 말단관리까지 연결돼 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었다. 멕시코 대통령선거에서 야당후보가 당선됐다. 71년만의 정권교체라고 한다. 만성적 부정부패를 어떻게 청산할지 지켜 볼 일이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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