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벤처기업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돈을 받고 주가를 조작해 준 국내 유명 펀드매니저들과 돈을 건넨 벤처기업 대표가 검찰에 적발됐다.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부장검사)는 4일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인 ㈜세종하이테크가 펀드매니저들에게 15억원을 주고 주가를 조작, 수백억대의 차익을 남긴 사실을 밝혀내고 이 회사 대표 최종식(57)씨와 한양증권 부지점장 이강우(40)씨 등 모두 8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증재및 수재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동안 국내 펀드매니저들이 업체로부터 거액의 커미션을 받고 주가를 조작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는 했으나 사실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들 펀드매니저들을 금융감독원에 모두 고발한 뒤 향후 증권거래법상 시세조종혐의로 추가기소하는 한편, 최근 주가가 급상승한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이번에 적발된 펀드매니저는 이씨를 비롯, 대한투신 주식운용부 차장 백한욱(37)·리스크관리팀 차장 황보윤(40), 한국투신 주식운용부 차장 임흥렬(35), 국은투신 주식운용부 과장 심우성(35), 국민은행 신탁부 과장 이종성(38), 템플턴자산운용㈜ 과장 이익순(35)씨 등 모두 7명으로 모두 명문 S·Y·K대를 졸업하고 주식 수익률게임에서 최상위권을 휩쓰는 엘리트들로 알려졌다.
◇ 주가조작 수법
검찰에 따르면 세종하이테크 대표 최씨는 지난해 11월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한양증권 부지점장인 이씨에게 “상장되면 액면가 5,000원 짜리 주가를 20만∼30만원까지 끌어올려 달라”며 3차례에 걸쳐 15억원을 건넸고 이씨는 친분있는 펀드 매니저들을 중심으로 개별접촉에 나섰다.
이씨는 자신의 부탁에 따라 지난 1월 세종하이테크 주식 4만주를 매입해준 한국투신 차장 임씨에게 사례비로 3억원을 주고 이 회사 주식 1만∼2만주씩을 매입해준 다른 펀드매니저 5명에게도 각 1억5,000만∼1억원씩을 모두 6억원을 사례비로 건넸다. 검찰 관계자는 “주가부양을 위해 회사주식 1만5,000주를 매입해주면 2억원 정도 받는 것이 이 업계의 관례”라고 말했다.
이들은 주식 액면분할이 이뤄지기 직전인 3월말까지 세종하이테크의 총 주식 75만주중 18만주를 집중매입, 코스닥 등록직후 5만원선이던 주가를 올 2월말께 최고 33여만원까지 급상승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작전이 끝난 뒤 이 회사주식은 15만원 선까지 곤두박질쳤다”며 “아무 것도 모르는 ‘개미군단’이 이들의 작전에 말려들어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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