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1- 가와구치 요리코제2차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 내각에서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59·사진) 환경청 장관이 단연 눈길을 끈다. 통산성 심의관 출신으로 7년 가까이 일본 최대 양주회사인 산토리 상무를 맡아온 맹렬 여성이다.
모리 총리는 파벌 지분을 까먹으면서까지 그의 기용에 공을 들였다. ‘모리색’을 드러내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기 때문.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 경제기획청 장관을 발탁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성공 사례를 본딴 민간인 기용이자 여성계를 겨냥한 포석이기도 하다.
도쿄(東京)대학 교양학부 졸업과 동시에 통산성에 들어간 그는 1990년 2월 통산정책국 경제협력부장에 취임, 통산성 최초의 여성 부장으로 화제가 됐다.
관방 심의관을 마치고 통산성을 나온 그는 1993년 9월 산토리 상무 취임 이후 더욱 빛을 발했다. 탁월한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주위의 신망을 얻은 것은 물론 일본 여성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문부성 중앙교육심의회와 대학심의회 등 각종 정책자문기구의 위원을 맡아왔고 이 때문에 중책인 문부성 장관 취임이 검토됐다.
그러나 보수당의 오기 치카게(扇千景) 당수가 문부성 장관을 희망, 결과적으로 두 여성 각료가 모두 엉뚱한 자리에 앉았다.
관료 시절 3년간 미국에 유학, 엘대학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이수했고 2년 가까운 주미 공사 경력을 가진 미국통이기도 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화제의 인물2- 오기 치카게
건설성 장관에 기용된 보수당의 오기 치카게(扇千景·67·사진)당수는 가와구치장관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맹렬 여성이다.
1987년 자민당 전국구로 참의원에 처음 진출할 때만 해도 연예인 출신인 그는 ‘당의 꽃’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민당을 이탈, 신진당·자유당 등을 거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자리잡기에 성공했다.
국회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직설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자유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당수의 영향을 받아 안보·역사교육 분야에서는 강경 보수파를 대변했다. 참의원이라는 약점을 이기고 4월 보수당 당수로 추대된 것도 ‘입심’ 덕분이다.
본인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문부성 장관이 되지 못한 것도 ‘우익’으로 너무 많이 기운 의식·성향이 고려된 결과였다. 군국주의 ‘교육 칙어’를 연상시키는 모리총리의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1991년 과기청 정무차관 시절 원자력 화물선 ‘무쓰’의 폐선을 단숨에 결정, 결단력과 저돌성을 과시했다. 모리내각에서 ‘역사 망언’이 나올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지적이다. 고베(神戶)출신인 그는 1954년 여성으로만 구성된 다카라즈카(寶塚) 가극단을 거쳐 영화배우와 TV 사회자로 인기를 끌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