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그룹이 4일 발표한 지주회사 체제전환은 뉴 밀레니엄을 맞아 재벌의 소유구조 개편실험이 시작됐음을 뜻한다.LG의 실험은 선단식 경영해체 등 정부의 재벌개혁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던 재벌이 지주회사라는 하나의 대안을 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지주회사 설립이 황제경영등 재벌 폐해를 불식시킬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LG구조조정본부 강유식(姜庾植)사장은 “1단계로 2001년까지 화학·에너지 계열과 전자·통신계열을 중심으로 지배주주의 지분을 정리한 뒤 2003년까지 지주회사를 설립, 화학계열과 전자계열을 자회사로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3년 뒤면 구본무(具本茂) LG회장 등 지배주주들의 화학과 전자 주식들이 지주회사 주식으로 전환돼, 지배주주는 지주회사 주식만 갖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회사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과 이사회 주도의 투명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LG측 설명. 실제로 선진 외국에서 지주회사는 전략경영을 맡고, 자회사는 일선 경영을 맡는 분업화가 이뤄지고 있다.
LG지주회사가 선진국모델로 운영된다면, 오너들은 경영인이라기 보다는 주주로서 회사에 참여하는 진일보한 재벌체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다고 해서 재벌체질이 당장 변한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주회사가 설립돼도 대주주들이 자회사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고, 재벌 오너들이 경영이선으로 쉽게 물러설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쉽지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는 소유구조 개선에는 효과가 있지만, 지배행태 개선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재벌개혁의 온전한 해답일수는 없다”면서도 “중요한 진전이자 의미있는 시도인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LG그룹은 일대 변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를 설립하면 경영효율성이 제고되는 것은 물론 비주력 계열사를 분사·매각하기가 쉬워진다.
LG증권, LG캐피탈 등 금융부문과 일부 서비스부문 계열사 등 비주력 사업부문을 정리한 자금으로 전자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지주회사 체제는 선진국에 익숙한 지배구조이기 때문에 외자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LG는 기대하고 있다.
■LG 구조조정본부 강유식본부장은 4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기존 대기업집단의 출자구조와는 달리 기업의 책임경영을 위한 기본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具本茂)회장의 역할은 어떻게 되나. 경영일선을 떠나는 것인가.
“구 회장은 지주회사의 대표이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회사의 이사회 의장을 할 수도 있다. 필요한 만큼만 관여할 것이다. 회장이라는 직함은 필요하다면 가질 것이고 필요치 않다면 갖지 않을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의 개념과 모습은.
“지주회사는 궁긍적으로 LG전자와 LG화학이 아니라 LG홀딩스라 생각하면 된다. 2003년까지 지배주주들이 갖고 있는 LG전자와 LG화학 주식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지주회사의 주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지주회사 자기자본은 5조∼6조원 정도 될 것이다.
지주회사가 설립되면 구조조정본부는 없어질 것으로 본다. 지주회사는 출자자산을 관리하면서 주력분야로 나가기 위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금융관련 기업은 어떻게 되나.
“지주회사제도는 금융과 일반산업분야가 구분되도록 돼있다. 금융 지주회사는 금융분야에만 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금융업 분야 회사는 그냥 그대로 가게 된다.
윤순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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