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새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반달표( ˘)와 어깻점( ´)의 폐지, 자음 ‘ㄱ, ㄷ, ㅂ, ㅈ’을 ‘g, d, b, j’로 통일한 것으로 요약된다.우선 이제까지 ‘어’와 ‘으’를 표기하기 위해 ‘o’와 ‘u’위에 붙여 사용했던 반달표를 없애고 대신 ‘어’는 ‘eo’, ‘으’는 ‘eu’로 적기로 했다(예 섬강 Seomgang, 금강 Geumgang).
이와 함께 거센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던 어깻점도 폐지, 종전에 ‘k´, t´, p´, ch´’로 적던 것을 ‘k, t, p, ch’로 적도록 했다. 특수부호를 모두 없앤 것은 각종 공청회나 여론조사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자음 ‘ㄱ, ㄷ, ㅂ, ㅈ’을 위치에 상관없이 ‘g, d, b, j’로 통일한 것은 표기법의 간소화를 위한 것. 종전에는 단어 처음(어두)에서는 ‘k, t, p, ch’로, 단어 가운데에서는 ‘g, d, b, j’로 적었다.
새 표기법에 따라 부산은 기존 ‘Pusan’에서 ‘Busan’으로, 대구는 ‘Taegu’에서 ‘Daegu’로 바뀐다. 다만 ‘ㄱ, ㄷ, ㅂ’이 받침으로 올 때는 종전과 같이 ‘k, t, p’로 적기로 했다(예 가곡 Gagok).
자음 ‘ㅅ’의 경우 종전에는 ‘ㅅ’ 다음에 ‘ㅣ’가 올 때에는 ‘sh’로, 그 밖의 경우에는 ‘s’로 적었는데, 새 표기법은 항상 ‘s’로 적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라는 ‘Shilla’에서 ‘Silla’로 적는다.
이밖에 눈에 띄는 것은 인명, 회사명, 단체명에 한 해 예외를 인정, 현행 표기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한 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Samsung’(삼성)이나 ‘Hyundai’(현대) 등 회사 이름이나 인터넷 상의 도메인 이름 등은 현실적으로 새 표기법에 따라 고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성(姓)의 경우도 새 표기법에 따르면 김씨는 ‘Gim’으로, 이씨는 ‘I’로 적어야 하지만 이 역시 현실화하기가 어렵다고 판단, 표준안 마련을 유보했다. 문화관광부는 이에 따라 인명의 성만은 추후 특별위원회를 구성, 전문가 연구 검토와 광범위한 여론조사를 거쳐 표준안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새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논란이 ‘어’와 ‘으’를 각각 ‘eo’와 ‘eu’로 표기하기로 한 점.
김복문(70) 한국어로마자표기학회장은 “새 표기법에 따르면 ‘금강산(Geumgangsan)’은 ‘즘갱샌’으로, ‘거북선(Geobukseon)’은 ‘조북손’으로 읽혀진다”며 “‘어’는 ‘ur’로, ‘으’는 ‘u’로 적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재(53) 한글세계화연구회장은 “새 표기법에 따르면 ‘한글(Hangeul)’은 ‘행얼’로 읽혀지게 된다”며 “음절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대소문자를 혼용해 한글은 ‘HanGeul’로 적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관광부는 새 표기법에 따라 기존 도로표지판과 문화재 안내판은 2005년 12월까지 모두 교체하되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리는 전국 10개 도시는 내년에 교체키로 했다. 기존 교과서 등 출판물은 2002년 2월말까지 고치기로 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