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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판의 성역 허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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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판의 성역 허물기

입력
2000.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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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기사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종교담당을 맡을 때부터 들었던 소리다. ‘담임목사 세습 논란’기사(본보 6월24일자)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꼭 신앙인의 우직한 항의 따위를 떠올렸던 것은 아니지만 신성한 영역의 운행을 세속적 잣대로 따져 묻기엔 부담감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뜻밖이라고 해야 할까. 항의는 고사하고, 격려와 함께 제보까지 잇따랐다. 자기 교회에서도 세습 목회자의 전횡 때문에 순박한 신도들이 말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 이름이 꽤 알려진 서울 모교회 장로라는 분은 “목사의 교회 사유화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며, “세습은 단지 그 파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교인들이 피땀 흘려 세운 그가 속한 교회도 벌써 담임목사의 사적인 재단 소속으로 넘어갔다고 토로했다.

우려와 달리, 이 땅의 선량한 신도들은 교계 내의 삭을대로 삭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비판을 기다렸던 것이다. 한 신학 교수는 언론이 좀 더 과감하게 나서서 교회를 ‘때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렸다. 어떤 분은 전화통화 중 혹시 녹음되는 것은 아닌 지 몇차례 확인까지 했다. 무엇 때문인가. 교회내 문제제기는 신학적 단죄와 미묘하게 결부돼 있다. 거기다 선교에 장애가 되는 ‘누워서 침뱉기’란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때문에 자체 비판은 여전히 봉쇄된 채 결국 상처만 더욱 곪아가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이번 목회자 세습 반대에 ‘총대’를 맨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값지게 느껴진다. 교회 내 ‘건강한 비판의 장’ 형성이란 더욱 값진 성과로 매듭 지어졌으면 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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