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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총수 정신못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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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총수 정신못차렸나

입력
2000.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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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기업 총수들이 경영권 탈환을 시도하거나 소송까지 제기하고 나서 기업 정상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4일 금융계와 재계에 따르면 부도 직전에 몰린 기업 총수들이 채권단과 ‘경영일선 퇴진’을 조건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등을 선택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직·간접적으로 경영권 재장악 시도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일부 총수들은 정치권까지 동원, 사재출연 등의 자기희생없이 금융기관의 자금을 끌어대 부실만 키워가는 사례마저 있다.

98년 5월 퇴진했던 최원석(崔元碩)전 동아그룹회장의 경우 이창복(李彰馥)전 동아건설 사장, 정진삼(鄭鎭三)전 동아건설 해외담당 사장등과 함께 채권단이 모집 중인 동아건설 전문경영인 공채(회장, 사장)에 응모했다.

채권단은 이번 주 중 회장과 사장 응모자 중 각각 15명씩을 서류 심사한 후 내주부터 면접심사를 실시한 후 21일 주총에서 새 회장과 사장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아건설이 98년 9월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채권단이 800여억원을 추가로 공급했으며, 현재 부실규모를 산정 중이나 상당한 액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은 부실을 야기한 최회장이 경영권 복귀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올들어 해태제과 채권단이 이태욱(李泰旭)사장을 공채해 파견했으나 5,700억원의 부실자산을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에 알렸다는 이유로 오너경영인이던 박건배(朴健培)회장측과 마찰을 빚다 2개월만에 중도하차하기도 했다.

거평그룹 나승렬(羅承烈)전 회장도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계열사 한국시그네틱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방 이순목(李淳牧)회장도 시장 기대와 달리 사재출연등 특단 대책 없이 일선 경영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미주그룹의 박상희(朴相熙)회장은 올 3월 정계 입문 당시 중소기업협동조합 회장직 사퇴 여론이 높아지자 확답을 미루다 최근에야 10월께 사퇴할 생각을 갖고 있음을 밝혔으나 재계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일부 워크아웃기업의 오너들은 전문경영인들의 개혁작업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며 “정부가 기업 회생을 위해 도입한 선의적 장치인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오너들이 악용하며 도덕적 해이에 빠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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