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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화 '엄마집에 도둑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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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화 '엄마집에 도둑 들었네'

입력
2000.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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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의 떡고물을 둘러싼 한판 호들갑, 그러나 결국 모두 빈털터리로 돌아 선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불볕 더위 한가운데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극단 신화의 ‘엄마집에 도둑 들었네’.감각적 매체도, 톡톡튀는 대사도 없다. 그러나 배우의 연륜과 기량이 그대로 무대에 드러나는 사실주의 정통 연극의 자부심이 충만하다. 이근삼 작, 김영수 연출.

재개발 보상금 기대에 들뜰대로 들뜬 달동네. 10년전 동거녀의 안방에 눌러 앉는 철면피에서 자가용 몰고 온 복부인까지, 도둑 소동 등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결전의 장소, 철거반대 시위 현장. 폭력배를 동원한 경찰과 건축회사의 과잉 진압 상황이 이들의 입으로 생생히 전달된다. 보상금은 커녕 몸이라도 건지자며 모두들 달동네를 떠난다. 암전 속에서 불도저 소리만 요란하다.

김종구(56·우남북), 김재건(54·이한심), 윤주상(51·우암돈) 등 서로 다른 데서 활동하느라, 함께 설 기회가 없었던 세 중견 배우들의 무르익은 연기 대결이 볼 만하다. 국립극장 소속 배우 김재건씨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하고 싶었던 독특한 캐릭터”라며 이한심이란 위약한 필부에 애정을 나타냈다.

양창완 정재은 등 극단 신화, 극단 떼아트르 노리 소속의 젊은 배우들이 한창 무르익는 체언을 과시한다.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탤런트 이정훈(38·MBC소속)은 “어쿠스틱 발성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며 연습실을 달군다. 배우의 연기력이 최대 관건인 사실주의 연극의 참맛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1996년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98년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99년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등 지금까지 세 편 상연한 극단 신화의 서민극 시리즈의 뒤를 잇는 작품.

서민극이란 민중이란 용어가 갖는 정치·경제적 측면을 배제, 그들의 일상에 촛점을 맞춘 연극. ‘옥수동…’을 시작하면서 이 말을 처음으로 선보인 극단 신화의 대표·연출자 김영수씨는 “마니아만이 아닌, 누구나 편하고 재미 있게 볼 수 있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연극적 대중성에 착목했다는 것. 김상중 최종원 김진만 등 매체 스타들의 출연이 두드러진 것은 그래서다. 15일~9월 3일 인간소극장. 화~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장병욱기자

aj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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