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만년 야당이었던 국민행동당(PAN)이 2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된 의회선거에서도 승리, 원내 제1당으로 부상했다.이로써 비센테 폭스 당선자는 향후 정권운영을 위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멕시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일 88%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PAN은 상원의원 선거에서 38.8%, 하원에서 39.9%의 득표율을 기록, 양원 모두에서 제1당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득표율은 지난 1997년 총선에서 기록한 26.9%보다 무려 10%포인트가량 상승한 기록이다. PAN은 지방선거에서도 약진, 멕시코 남부의 모렐로스와 폭스 당선자의 기반인 과나화토에서 자당후보를 주지사로 당선시켰다.
반면 집권 제도혁명당(PRI)은 상원에서 35.8%, 하원에서 36.9%의 득표율에 그쳐 71년만에 제2당으로 몰락했다. 중도좌파의 민주혁명당(PRD)은 멕시코시티 시장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지난 총선의 득표율에 그쳤다.
폭스 당선자는 이같은 의회 선거 결과로 향후 정국운영을 위한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PAN이 과반수 의석 획득에는 실패한 만큼 정국 안정을 위해 야당의 협조가 절대 필요하다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집권 경험이 전무한만큼 원만한 정권이양과 흐트러진 민심을 다시 모으고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71년간 집권해온 PRI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폭스 당선자도 당선이 확정된뒤 거국내각식의 정국운영방침을 시사,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3일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과 만난뒤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부는 PRI와 중도좌파의 PRD 소속 인사들을 등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권교체로 인해 집권 여당에 충성해온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면서 ‘화합’을 거듭 강조했다. 폭스 당선자는 대신 안정된 정치 기반을 바탕으로 경제문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폭스 당선자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의 향후 정국전망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닌 것같다. 곳곳에 터지기만 하면 멕시코 정국을 뒤흔들어 놓을‘뇌관’, 즉 PRI의 장기집권에 따른 부작용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폭스 당선자가 국민들이 열망하는 부정부패와 비리척결 등 개혁작업에 손을 대기 시작할 경우 기득권층과의 한판 ‘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정국은 혼미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가 사법체계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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