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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출신의 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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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출신의 택시운전사'

입력
2000.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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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4,000억원을 터뜨려 세상을 놀라게 했던 박계동(48·서울 강서구 화곡동)전의원이 택시기사로 변신했다.박씨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금구상운에 취직, 일주일째 근무를 하고 있다. 3일 오후3시 차고로 돌아온 박씨는 “사납금을 채우느라 점심도 못먹었다”며 “머리도 띵하고 다리도 후들거린다”고 말했다.

14대 국회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통해 강한 개혁성향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도 96년 15대 총선때 서울 강서갑에서 낙선하는 비운을 겪었다. 박씨는 당시 선거법위반혐의로 지난해 6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해 올해 4·13총선에서는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박씨가 돌연 방향을 틀었다. 3일간 필기시험과 소양교육 신체검사를 받은뒤 지난달 초에 택시운전 자격증을 획득했다.“평범한 시민의 삶이 그리웠고 한편으로는 서울시의 교통문제도 살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택시회사들은 박씨를 반기지 않았다. ‘비리폭로 의원’이라는 ‘전력’을 그리 달갑지 않게 여긴 여러 회사들이 박씨를 퇴짜놓았다.

그러나 직장동료들은 박씨가 누구보다도 열심이라고 말한다. 금구상운 정동일(31)배차주임은 “박씨는 동료 기사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운행을 마치고 차도 열심히 닦는 등 모범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씨는 오전3시부터 오후3시까지 하루 12시간 일한다. 다행히 일주일간 최저 사납금 7만7,000원을 못 채운 날은 없었다.

회사관계자는 “현재 베테랑기사의 80%수준을 벌어들인다”며 “배우려는 자세가 남달라 머지않아 최상급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측은 박씨가 이달 25일간 만근을 할 경우 월급은 대략 100여만원선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벌써 사고도 쳤다. 지난 2일 빗길에서 차선을 변경하다 뒤에서 오는 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가벼운 접촉사고를 일으켰던 것. 회사측은 “사고까지 냈으니 박씨는 진짜 택시기사”라고 오히려 ‘대견’해 했다.

박씨는 “일단 3개월간 열심히 해보고나서 일을 계속할 지 결정하겠다”며 “이 경험을 토대로 서울시 교통관련 책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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