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1의료계 집단폐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첫 정·의료계 회의가 열렸던 6월 21일. 정부 대표로 국무조정실 사회문화 조정관이 참석한 뒤 국무조정실의 일부 간부들의 말. “눈치도 없지.
복지부가 덤터기 쓸 일을 우리(국무조정실)가 뒤집어 쓸 지도 모르는데 복지부가 오란다고 덥썩 갑니까.”_ 정책조정이란 본연의 역할조차 망각한 전형적인 보신주의다.
상황2
산업단지·신시가지 건설(건교부), 농경지·관광농업지대 건설(농림부), 항만건설(해양부), 수도권 폐기물 처리장 등 환경시설입주(환경부), 중앙정부안 반대·공동 테마파크 조성 등 환경친화 개발(안산시), 환경시설 유치 반대·녹지 휴양공간 조성(시흥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중구난방식으로 내놓은 시화호 개발계획들이다. 최소한의 의견조율조차 없이 자신들의 주장만 앞세우니 정작 개발자체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정부내에서조차 정책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채 반목하는 대표적 사례다.
상황3
정부 기능조정위는 최근 청소년정책 기구 통합문제를 없던 일로 했다. 보호·육성은 문화관광부가, 규제는 청소년보호위가 맡는 이원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통합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은 문화부가 주장한 현 체제 유지로 매듭지어졌다.
부처간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위원회가 정부의 조정업무를 위임받았지만 이들 위원회에서조차 힘있는 부처논리에 휘말리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례다.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다보면 정부기관끼리 때로는 이해당사자들과의 갈등이 빚어지기 십상이다. 특히 과거 정권과 달리 이른바 ‘관계기관대책회의’등을 통해 강제 조정하기도 쉽지 않은 요즘에는 정책갈등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인다.
현 정부는 이를 위해 청와대, 경제정책조정회의 등 현안별 협의체 등 기존의 조정기구이외에 총리행정조정실을 확대 개편, 국무조정실까지 신설했다. 그러나 국정갈등 조정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국무조정실만 해도 솔직히 내부에서조차 자신들의 조정력이 경제분야 등 국정전반에 미친다고 보는 이는 별로 없다.
사회부처 등 이른바 힘없는 부처에서 국무조정실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힘있는 부처가 청와대도 아닌 국무조정실의 눈치를 보리라고 믿는 것은 난센스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국무조정실의 업무도 중재보다는 총리 개인에 대한 단순한 업무보고가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정책조정을 쉽게 하려고 만든 위원회도 큰 차이가 없다. 설혹 민간위원회 등에서 조정안을 내놓아도 부처 이기주의에 밀려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처럼 정부내 조정시스템이 부실가동되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가 터질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겨야 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의료계 페업 때도 의사들은 공식채널은 제쳐두고 ‘대통령 면담’만 외쳤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국무조정실의 위상강화 등 또 한번의 조직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의 한 간부는 정반대의 얘기를 던졌다. “가장 쉬운 것같지만 분명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대통령과 총리가 정확히 역할을 분담, 장·차관을 장악해 국정을 끌고 가면 됩니다. 행정조직과 공무원의 변화도 결국은 위에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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