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용강동 서울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는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청각장애 여성들을 대상으로 4월말 시작된 제과·제빵 강의가 이날 끝났기 때문이다. 강의는 더운 여름동안 쉬고 9월에 다시 시작된다. 이날 제과·제빵반 강사 장의영(張義泳·35·경기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씨는 수강생 30여명으로부터 감사의 꽃바구니를 받아들고 감격에 겨웠다.수화로 제과·제빵을 가르친 장씨는 그 자신이 청각장애인.
“2월에 청각장애 여성들에게 강의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는 자신이 없어 많이 망설였다”는 장씨는 이 강의를 맡기 위해 서울의 제과점을 마다하고 멀리 경기 성남시 분당에 취업했다.
강의가 있는 토요일 오전을 쉬게 해주는 곳을 찾아서였다.
장씨는 강습날이면 1시간 전인 오전 8시에 도착해 재료를 준비한다. 장씨의 열성을 좇아 수강생들 역시 대부분 1시간 전에 도착한다.
낮 12시 강습이 끝나면 실습한 과자나 빵을 나눠 먹으면서 제자들과 친구처럼 수화로 정담도 나눈다. 지금까지 가르친 기술은 쿠키, 식빵, 케이크 만드는 법 등 다양하다. 장씨를 발굴한 중부여성발전센터의 최지선(崔芝鮮·30)씨는 “청각장애 여성들이 즐길만한 강좌가 서울에 없어서 장씨를 적극 설득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9살 때 중이염을 앓고 청력을 잃었다. 스물두살 때 고향인 전남 순천서 서울로 올라온 장씨는 김기창(金基昶) 화백이 세운 운보관에서 가구제작 기술을 익히고 가구 회사에 취업했다.
직원 25명을 거느린 팀장으로 “일도 사람관계도 다 재미있었지만” IMF 사태로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그도 실업자가 됐다.
실의의 나날을 보내다 지난해 초부터 경기 부천에 있는 장애인 직업훈련원인 노틀담장애인복지관에서 제과·제빵기술을 익혔다. 그 해 7월에는 제과, 9월에는 제빵기술자격증을 땄다.
“기술을 연마할 수 있고 가르치는 보람도 크다”며 여성발전센터가 주는 강사료를 모두 거절한 장씨는 “쉬는 동안 더욱 기술을 연마해서 힘닫는데까지 장애인들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입력시간 2000/07/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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