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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대는 개헌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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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대는 개헌을 요구한다

입력
2000.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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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권자인 국민 기본권 보장의 장전(章典)으로서 기능하는 데 있다. 그러나 50여년에 걸친 우리 헌정사에서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국민이 진정한 개헌의 주체로서 역할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1948년 7월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공포된 이후 현재까지 9차에 걸친 개헌은 모두 통치조직 내지 통치기관의 형태와 구성에 초점이 맞추어졌으며 기본권에 관한 손질은 그 과정에서 구색 맞추기로 끼워놓는데 지나지 않았다. 때론 집권자의 장기집권 수단으로, 때론 군사쿠데타의 추인 형식으로 이루어진 개헌은 대부분 그 주체인 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졌고 당대 집권세력의 밀실 작업에서 태동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첫 제헌절을 앞두고 권력욕으로 점철된 파란의 헌정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바람직한 개헌방향을 모색해 본다. 우선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제4조의 평화통일조항 사이의 상충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개헌이 시급히 요구된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남북간 교류협력이 본격화하고있는 마당에 헌법 제3조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아직도 북한을 우리 영토의 일부를 불법점거하고 있는 반국가집단으로 보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구조는 남북 공동선언을 뒷받침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헌법적 정당성의 논란을 불러 일으켜 결국 민족화합과 통일을 향한 국민의 열망과 배치된다. 이른바 헌법규범과 그 규율대상인 사회현실의 부조화현상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서로 모순되는 3, 4조의 동시 존치를 주장하는데 이는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것으로 현재 진행중인 남북 교류와 역행하는 주장이라 하겠다.

다음 국가권력구조로서 대통령제나 내각제의 문제는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결단의 문제인만큼 그 당부의 가치판단은 논외로 하고자 한다. 다만 현 대통령제를 유지할 경우 이를 보완하는 개헌작업은 필요하다고 하겠다.

먼저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선거 방법에서 결선투표제를 두지 않는 관계로 선거권자의 과반수에도 못 미치는, 예컨데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특정지역의 몰표만으로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현행 헌법 시행 후 3차례에 걸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 모두 과반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37%, 42%, 40%)로 당선되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의 부재는 통치권의 민주적 정당성을 약화시킬 분 아니라 지역패권주의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게하는 요인이되고 있다. 따라서 개표 결과 선거권자 과반수의 득표를 한 후보가 없을 경우에 외국처럼 차점자와의 사이에 결선투표를 하도록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상의 대통령제는 5년 단임의 임기제로 인해 임기중 공과에 대한 국민의 심판권을 박탈함으로써 대통령의 독선과 독단을 막기 어렵게 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단임제는 임기 중반부터 통치권의 누수현상(레임덕)을 가져와 국민적 역량의 결집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장기 집권으로 인한 독재의 우려를 염려한 것이지만 어쨌든 단임제가 직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선거를 통해 심판의 기회를 갖는다는 대통령직선제 민주정치의 본질에 반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4년 임기 중임제로의 개헌이 요구된다.

이밖에 소비자 환경 장애인 노약자 등과 관련된 이른바 현대형 인권의 강화, 국무총리제의 폐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및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에 대한 국민심사제 도입, 감사원의 국회 소속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갈등 조정 문제 등이 향후 개헌과정에서 진지하게 논의돼야 하리라고 본다.

/이석연 경실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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