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가장 졸린 시간, 사는데 무관한 학문. 수학전공자가 아닌 대다수는 수학을 이렇게 여긴다. 초등학교때부터 10년 넘게 배운 수학을 도대체 어디에 쓰나. 한국과학기술원 한상근(수학과)교수가 이에 대답했다.“수학을 어디에 쓰는가”라는 것은 필자가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한마디로 “수학은 이 세상 모든 분야에 중요하게 다 쓰인다.
세상을 음미할 이해력과 판단력을 준다”고 하겠다. 아래 내용은 수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부수적으로 나온 결과들이다. 그러나 수학적 사고가 있으면 세상에 대한 상식을 얻는다. 물론 이론은 실제와 다르다. 그러나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규명할 수는 있다.
전쟁사의 수학 19세기 독일 한스 델브뤽이라는 군사역사학자가 있었다. 고대 전투를 현지답사하고 재구성한 결과 대부분 학설이 틀렸음을 확인했다.
예를 들면 페르시아 대군이 그리스 소수정예군에게 패배했다는 것. 헤로도투스는 페르시아 400만 대군을 이야기하는데 간단히 계산해봐도 불가능임을 알 수 있다.
한줄에 5명이 나란히 서면 100만명이면 20만줄. 1㎙ 간격으로 서면 200㎞가 된다. 델브뤽이 당시의 군대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페르시아군 행군길이는 900㎞였다.
그리스까지 가는 길이 9개나 있다해도 줄 하나가 100㎞. 맨 앞줄이 전선에 도착할 무렵 맨 뒷줄은 이제 환송식하고 출발하기 시작할 것이다. 고구려의 을지문덕장군과 수나라 100만 대군은 어떨까.
재산 나누기 철수와 영희가 함께 소유하고 있는 집 주식 보석 등을 나누려 한다. 제대로 수학을 공부했다면 아주 공정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분배할 수 있다.
두 사람에게 각각의 재산가치가 얼마인지 적어내라고 한다. 철수가 보기에 집이 1,000만원, 주식이 700만원, 보석이 300만원이고 합이 현금가치로 2,000만원이다. 영희 생각에는 집 1,200만원, 주식 500만원, 보석 600만원, 합이 2,300만원이다. 철수는 적어도 1,000만원, 영희는 1,150만원어치를 가져야 한다는 계산이다.
철수에게 주식과 보석, 영희에게 집을 주고 25만원을 철수에게 주면 영희는 자기계산으로 집(1,200만원)-철수에게 준 현금(25만원)=1,175만원, 철수는 주식(700만원)+보석(300만원)+영희가 준 현금(25만원)=1,025만원을 갖게돼 둘 다 25만원씩 횡재한 것이 된다.
복리 계산 이자를 복리로 계산한다면 꾸는 사람은 두렵고 빌려주는 사람은 좋아하는데 한번 따져보자. 1년 8%이자를 1년마다 복리로 계산하면 1년후 이자는 8%. 12개월 복리는 월이자(8%÷12개월)=0.67%이므로 원금(1)+이자율(0.67%)=1.0067을 12번 곱한 게 되는데 계산결과는 8.299…%이다.
1,000만원 원금이라면 2만9,900원밖에 많지 않다. 만일 매일 복리라면 하루이자는 0.0219…%가 되고 1년 후 8.327…%의 이자를 얻는다. 아무리 복리계산을 많이 해도 8.33%이상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 은행은 날마다 복리 계산을 해줍니다”는 사이비광고가 판칠만하다.
권력 측정 어느 주식회사에 주주가 4명 있는데 철수는 10%, 영희는 20%, 민우는 30%, 경수는 40%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영희는 철수보다 2배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
주주총회에서 50%가 넘는 방법은 다음 7가지다. ①영희(20)+경수(40) ②민우(30)+경수(40) ③철수(10)+영희(20)+민우(30) ④철수(10)+영희(20)+경수(40) ⑤철수(10)+민우(30)+경수(40) ⑥영희(20)+민우(30)+경수(40) ⑦철수(10)+영희(20)+민우(30)+경수(40). 철수가 빠지면 50%를 못 넘는 즉 철수 바짓자락에 매달려야만 하는 경우는 ③번뿐이다. 그런데 영희가 빠지면 50%를 못 넘는 경우는 ① ③ ④ 세가지다.
따라서 영희는 철수보다 3배의 영향력이 있는 셈이다. 이를 샤플리의 권력지수라고 부르는데 철수의 권력지수는 8.3%, 영희와 민우는 25%, 경수는 41.7%다. 민우는 투자한 만큼의 영향력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출자금에 비례해 투표권을 주는데 출자금을 늘리고 싶으면 85%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10%의 의결권(출자금)이 있는데 필자 생각엔 권력지수가 95%이상이다.
수학을 하면 어디 취직하나 물론 필자처럼 대학교수나 교사로 취직할 수 있다. 아니면 보험회사 증권회사나 은행 혹은 컴퓨터회사나 통신회사 정도일까?
간혹 “이 곳 말고 어디에 취직하는가?”라고까지 질문하던데 “당신의 전공분야로는 어디에 취직합니까”라고 묻고싶다. 사실 박사학위를 받으면 수학이 다른분야보다 교수 되기가 조금 더 쉽다.
그러나 자식이 대단히 우수하다고 생각하면서도(매년 선발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 6명을 말한다) 자식 적성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취직 잘 되는 인기학과에 보내려는 학부모를 많이 보았다.
한상근
과학기술원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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