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부분의 상임위가 열리지 않아 한산했던 국회는 한나라당측이 갑작스레 대법관 인사청문 특위소집을 요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산해졌다.이날 오전 여야 총무들은 전화 접촉을 통해 청문특위 운영을 논의했지만 서로 공방만 하다가 끝났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에서 여야 특위위원단을 방문해 “여야간의 자리 다툼으로 증인·참고인 선정조차 못해 졸속청문회가 될 수밖에 없다”며 조속한 특위 정상화를 요구했고, 여야 특위위원단은 멋적은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잠시였다. 야당특위의원들은 곧 의원연찬회를 하기 위해 국회를 비웠고, 여당의원들은 “대책회의를 한다”며 집합했지만 ‘야당성토’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부실 청문회’를 예고한 대법관 인사청문특위는 특위운영 자체도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여야간의 다툼으로 법이 정한 증인·참고인을 부르지 못할 상황인데도 정치권에선 반성의 빛이 없다. 오히려 “이한동(李漢東) 총리 청문회 때 증인과 참고인이 출석해 보았자 별반 효용이 없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공공연히 나온다.
한나라당은 증인 4명의 명단을 여당쪽에 던지며 “우리는 할만큼 했다”는 표정이다.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의로 증인 본인의 동의를 받아 통과시키자”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대해 민주당측은 “편법은 곤란하다”고 맞받아 치고 있다. 여기엔 “곤란한 증인은 빼자”는 당략이 숨어 있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여야는 과연 정치권이 청문회를 개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답을 해야 할 차례이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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