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총파업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은행들이 업무를 중단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금융은 인체에 비유하면 혈액과 같은 것인데, 피가 돌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다고 ‘불씨’를 일단 덮어두는 식이 되어서도 안된다. 미봉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속으로 더 곪게 만들 우려가 있다. 정부와 금융노련은 현재 우리 경제의 실상을 잘 파악해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_윈(Win_Win) 게임’이 되도록 해야 하며, 우리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밀어붙이기’나 ‘갈 데까지 가보자’는 극한적인 대립에서 서로가 한발짝씩 물러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금융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가 IMF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금융개편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금융산업의 낙후로 고전하는 일본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정부와 금융노련도 이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다만 그 방법론에서 현격한 차이가 드러나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노련은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반대, 은행 강제합병 방침 철회, 관치금융 철폐 특별법 제정 등 6개 사항을 내걸며 대통령의 약속이 없는 한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합병 등에 따른 대규모 감원 우려가 은행원들을 사상 초유의 총파업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은행 강제합병에 따른 인력 및 조직 감축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다. 총파업같은 극한 투쟁은 금융지주회사제도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양측의 상반된 주장이 서로간의 대화·이해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정부는 그동안 말 바꾸기가 많아 신뢰를 주지 못했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해 속내가 무엇인지 의심을 샀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은행 장래에 대한 진지한 논의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익추구에만 매달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의 일관성·투명성이 부족하고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미숙한 대응과, 경제생활의 기본인 금융을 담보로 하는 금융권의 집단 이기주의 모두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양측은 알아야 한다. 사태가 더이상 악화할 경우 정부_금융노련 모두 패자가 되는 것이고, 우리 경제는 또다시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그 경우 책임은 전적으로 두 당사자측에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 양측 모두의 현명한 행동을 기대한다.
입력시간 2000/07/03 17:5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