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는 고통스런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바닥까지 긁어내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가닿은 뒤, 그 고통을 이미지로 걸러내는 ‘앓음의 시학’이다.이때문에 ‘처절한 내면의 사생화’란 평가를 얻는 그의 시는 90년대 이후 우리 젊은 시의 크나큰 자산이다.
그의 이번 산문집은 이씨의 그 고통의 근원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의 모음이다.
“어떻게 숨쉴 수 있을까? 나는 육지 한가운데서 염전의 소금을 꿈꾸었다. 완전한 소금덩어리가 되는 육체를 꿈꾸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살아온 날들은 모두 폐허였다. 내가 사랑한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들었다. 걸어온 길이 보이지 않는다. 걸어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누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바꿔놓을 수 있을까.” (‘오래 피어 있는 꽃’에서).
이처럼 그는 젊은 날의 방황과 상처의 흔적을 담담하게 털어놓고 있다. 그러나 처절한 아픔이 행간에 숨겨져 있다.
그 속에서 항상 등장하는 것은 ‘술’과 그 자신 주변의 다정다감한 ‘지인’들이다. 술에 취한 채 자전거를 타고 가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기억, 맹장염 때문에 죽음 근처까지 갔다 오고도 막걸리를 마시며 ‘바로 이 맛이야’를 중얼거리는 시인이 그이다.
그러나 그의 상처를 보고 자신보다 더 아프게 울어주는 지인들이 있기에 그는 시를 쓸 수 있다. “시를 읽을 때, 나는 살아있었다. 시를 생각할 때 나는 늙어 있었다”고 말한다. 시는 부대끼는 삶에서 그를 살아있게 하는 힘이었고, 추억으로 사는 늙은이처럼 시 안에서 시만 생각하며 살아왔다는 고백이다.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씨는 그간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를 펴냈다.
하종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