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전면시행의 최대 분수령이 될 ‘약사법 개정안’ 마련에 들어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해 당사자인 의사와 약사들의 ‘전방위 로비’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여야 영수회담으로 정치권이 본격적 조정역을 맡은 이후 의·약계 인사들이 거의 매일 국회 의원회관으로 몰려와 좀더 유리한 방향으로 법개정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
한나라당 A의원의 홈페이지는 3,000여건이었던 접속건수가 의약분업이 이슈로 떠오른 지 10여일만에 의사, 약사들이 E-메일을 한꺼번에 보내는 등으로 인해 접속이 1만5,260여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A의원측은 “평범한 시민이라고 신분을 밝힌 후 의사나 약사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펴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약사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6인소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과 아직 뚜렷한 소신을 밝히지 않은 초선 의원들은 의·약계 인사들의 저인망식 집중로비로 사무실 기능조차 마비될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6인소위에 참여중인 민주당 B의원 사무실에는 지역구, 의사협회·병원협회 등에서 하루 4~5명의 의사가 몰려와 잇따라 면담을 요청하는 바람에 보좌진들이 일정조정에 애를 먹고 있다.
이 의원의 보좌관은 “자신들은 하소연하러 온다고 하지만 이제는 ‘압력’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의·약계 인사들의 로비가 과열로 치닫자 자칫 로비의혹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의원들은 보좌진에게까지 의·약계 인사들의 ‘개별접촉’을 금지시키는 등 극도로 몸조심을 하고 있다.
특히 의사나 약사 출신 의원들은 ‘친정’의 협박에 가까운 협조 요청 때문에 아예 회관에 출근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전용원(田瑢源)의원측은 “사무실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만나고 있지만,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식사 등의 초대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웬만하면 밥값도 직접 낸다”고 전했다.
이처럼 로비가 극성을 부리자 국회 안팎에선 당사자인 의·약계는 물론 국민적 합의로 이뤄져야 할 의약분업이 로비에 휘말려 또다시 시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협회 차원의 공식방문이 아니라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친분있는 의원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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