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골프께나 친다는 40대 사나이 3명이 라운드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골프장 진행요원이 다가와 “한 사람 조인해 함께 라운드할 수 없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일행이 머뭇거리자 진행요원은 “한 여성회원이 골프를 치고 싶어 혼자 오셨는데 조인시켜 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일행은 여자라는 말에 생각이 달라졌다. “굳이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함께 돌아보지요.”
진행요원과 사나이들의 대화를 먼 발치에서 듣고 있던 30대 후반의 여성이 다가와 예의를 갖추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상당한 미모인데다 건강미도 돋보였다. 보통 80대를 쉽게 치고 컨디션만 좋으면 70대로 자주 치는 실력의 사나이들은 예기치 않은 여성과의 라운딩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나이들은 제각각 불시에 나타난 여성동반자에 대해 나름대로의 상상을 하며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순서를 가린 끝에 세번째가 된 여자는 여성티가 아닌 레귤러 티에서 칠 것을 고집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세 남자의 표정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는 듯 했다.
물론 남자들의 티샷보다는 길지는 않았지만 스윙자세나 임팩트 등이 일품이었다. 첫 홀에서 두 남자와 여자는 파, 한 남자는 보기를 했다.
두번째 홀에서 보기를 한 사내가 내기를 제의했다. 점당 1만원씩 스트로크 플레이를 하자는 것이었다.
여성동반자에게 핸디캡을 주기로 하고 “몇 점이면 되겠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나 여자는 “조인시켜 주신 것도 고마운데 핸디캡을 받을 수 있나요. 보답하는 의미에서 그냥 치죠”라며 핸디캡 받기를 사양했다.
그 날의 라운드는 사나이들에게 가장 길고 험난한 것이었다. 홀마다 세 사내와 한 여성 사이의 불꽃 튀는 접전이 벌어졌으나 18홀을 끝냈을 때 여자는 참패의 쓴 맛으로 얼굴색이 변한 세 사나이 앞에서 미어져 나오는 미소를 참느라 애를 써야 했다.
비슷한 실력인데도 남자들이 여성골퍼 앞에서 맥을 못춘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낯선 여성동반자를 얕본데다 적대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화근이 되었고 마음에 예기치 않은 파도가 일어 리듬마저 빼앗겼기 때문일 것이다.
36라운드를 마다 하지 않는 여성, 조명등 아래서 새벽골프를 즐기는 여성, 동남아 골프투어를 가는 여성 등 남자 못지 않은 여성골프광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주말골퍼들은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방민준[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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