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판에도 심심치 않게 프런트와 감독 및 선수단간 파워게임에 관한 얘기가 떠돈다.1982년 프로야구 출범후 감독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프런트를 좌지우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86년을 기점으로 감독과 단장으로 대변되는 프런트의 역학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이해 파워게임을 대변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롯데감독 강병철씨와 관련된 것이었다.
84년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논 강병철감독과 당시 박종환 롯데단장은 코칭스태프기용을 둘러싸고 알력을 보였다.
86시즌을 끝으로 계약만료된 강감독과의 재계약 방침을 굳힌 롯데프런트는 성적부진을 이유로 코칭스태프를 새로 영입하려 했다.
프런트는 일본유학중이던 이광환씨를 영입하려다가 강감독의 반발로 무산되자 코칭스태프의 핵인 투·타코치를 경남고출신으로 채우려 했다.
그러나 강감독이 이희수코치(현 한화감독)의 재기용을 주장하다가 유탄을 맞고 말았다.
속된 말로 구단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후 김응용해태감독을 제외하고는 감독들이 프런트에게 휘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86시즌 전까지는 감독이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과 스카우트 등에 적극 개입하는 일본식 역할을 했다면 이후에는 감독은 경기, 나머지는 단장이 책임지는 미국식 체제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한 구단의 사장은 지고나자 감독이하 코칭스태프를 모아 놓고 일장훈시를 했다고 해서 화제아닌 화제가 됐다.
심지어 단장들이 젊은 감독들을 수하부리듯하는 모습이 TV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덕아웃에서 목격되기도 한다. 선수기용과 관련해 감독들을 교묘하게 압박하는 프런트들도 있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쪽은 야구인들(감독들)이다. 프런트의 입김이 세지다 보니 스타급 선수들이 프런트쪽에 밀착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 감독은 허깨비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감독의 선수장악력이 우선해야 한다고 야구깨나 한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성적지상주의를 외치는 프런트들의 역할을 이제 점검해야 할 때라는 것이 야구계의 여론이다.
정연석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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