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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결정방식 이대로 안된다](1)결정따로 집행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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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결정방식 이대로 안된다](1)결정따로 집행따로

입력
2000.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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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집단폐업사태로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폐업사태로 의약분업은 정부가 누누이 발표해온 7월 시행이 한달간 계도기간이라는 미봉책으로 일단락됐지만 국민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약사법 개정을 놓고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어 8월시행이 제대로 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금융노련이 11일 총파업을 선언하는가 하면 구조조정을 앞둔 공기업 노조들도 잇따라 파업하거나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이 날로 가중되는 양상이다. 1일 발족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조의 반발로 출발부터 삐걱거려 국민불편이 예견되고 있다.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과 결정에 따라오라는 식의 권위주의가 화근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의·약계, 시민단체와 함께 의약분업안에 합의했다는 원칙론만 내세우다 의료계의 반발에 힘없이 쓰러진 꼴이 되고 말았다.

결정과정에서는 의료수가와 임의조제 등 민감한 사안을 두루뭉실하게 봉합했다가 막상 집행단계에서 결정을 뒤집은 정책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던 의료계의 집단폐업이라는 집단이기주의 이면에는 잘못된 정책결정이 있었던 것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대형 국책사업에는 로비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군전력증강사업인 백두사업과 경부고속철도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비리가 최근까지 도마에 오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민감한 사안은 대통령에게 떠넘긴채 눈치만 살피는가 하면 정책의 졸속, 즉흥적인 결정으로 정부 스스로가 신뢰를 저버려 극한투쟁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치논리에 따라 정책이 춤을 추고 다양한 집단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국회 역시 갈등이 곪아터져서야 뒷북을 친다. /정정화 기자

*"정책결정되면 뭐하나 밥먹듯 뒤집히는 걸"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몫이다. 특히 몇 차례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된 정책이 일순간에 번복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다. 단적인 사례가 최근 의료계 집단폐업. 정부의 핵심 보건정책인 ‘의약분업’의 내용을 뒤바꿔놓았다.

“정책이 결정되면 무얼 합니까. 밥먹듯 뒤집히는 걸….”

정철근(鄭哲根·38·세무사)씨 등 시민은 생활과 직결된 정책이 춤을 출 때마다 한숨을 쉬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난해 5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경실련 강당. 유성희(柳聖熙) 당시 대한의사협회장과 김희중(金熙中)대한약사회장이 ‘의약분업 실현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중재로 의약분업안에 합의 서명했다. 서명이 끝난 뒤 양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단체의 중재안을 의료계와 약업계가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의·약계의 첨예한 이해다툼으로 골머리를 앓던 정부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합의문 일부를 손질했다. 7월 의약분업 시행을 담은 약사법은 지난해 정기국회 때 ‘가볍게’ 통과됐다.

그러나 의약분업 시행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둔 지난달 20일 예견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의료계가 의약분업 실행안을 뜯어 고치라며 일제히 병원문을 닫고 폐업에 들어간 것이다.

‘일격’을 당한 정부는 국민들의 불편과 비난이 빗발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자 사흘 뒤 긴급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의약분업 시행 3~6개월 후 약사법 개정’을 약속했다. “(정부는) 원칙대로 하겠다”는 나흘 전 관계장관 회의결과를 스스로 퇴색시켰다.

한술 더 떠 바로 다음날 오후 열린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약사법을 7월 임시국회 때 개정한다는데 합의, 정책이 송두리째 바뀌게 됐다. 정책은 없고 정치만 있는 양상이었다. 중심을 잡지 못하는 정책에 대한 힐난이 커지고 있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김영찬(金永贊·43·회사원·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이해집단은 중요하고 국민은 중요하지 않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를 반복한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느냐”고 꼬집었다.

민감한 정책이 춤을 춘 경우는 또 있다. 4월말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과외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정치권과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전날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과외 전면 허용에 따른 보완책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어서 충격파는 더욱 컸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문장관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저소득층에게 과외비를 지원하는 것은 공교육 붕괴를 부채질하기 때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교원단체도 가세, 당정을 거세게 비난하는 등 후유증은 일주일 가까이 계속됐다. 2월초에는 김유배(金有培)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이 금융권의 핫 이슈인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거론했다가 재정경제부가 ‘시기상조’라며 정면 부인하는 바람에 주식시장에 엄청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주무부처와 한마디 상의없이 정책을 흘렸다가 ‘화’를 자초한 셈이다.

석희태(石熙泰)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모든 정책의 핵심은 일관성”이라며 “정책은 당정간·부처간의 충분한 의견조율이 전제돼야 하며 일단 결정되면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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