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비관해 자식들과 동반 자살을 기도했던 30대 가장에게 법원이 이례적인 선처를 베풀었다.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오세립·吳世立부장판사)는 2일 K(39·강원 동해시)씨에 대한 살인 및 실인미수사건 항소심에서, K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나름대로 행복하던 K씨의 삶은 지난해 운영하던 카센터가 은행 빚 8,000만원을 갚지못해 부도가 난 뒤 나락으로 굴렀다. 아내마저 잦은 다툼 끝에 가출한 뒤 음독자살하자 절망한 K씨는 지난해 성탄전야인 12월24일 어린 아들(4), 딸(2)을 재운 뒤 가스레인지 불 위에 연탄을 올려놓고 동반자살을 기도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평소 이들의 사정을 딱하게 여기던 이웃집 최모(34·여)씨가 아이들에게 성탄선물이라도 주려고 K씨 집에 들렀다가 일가족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신음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딸은 혼수상태에서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과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1, 2심 재판과정에서 K씨는 내내 회한(悔恨)의 눈물을 흘렸다. “원래는 저만 죽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천애고아로 자라면서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차라리 같이 죽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피고인이 깨닫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살아남은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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