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계도기간 이틀째인 2일 병원에서는 처방전을 받지 못하고 약국에는 구하는 약이 없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병원에선…
서울대병원은 환자가 진료 전에 문서로 요청할 때만 원내처방전을 발급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의사가 준 원외처방전을 손을 들고 병원 안에서 약을 탈 수 있는 원내처방전으로 교체하기 위해 줄을 섰다. ‘의약분업안내센터’에서 처방전 교체를 기다리던 홍모(65·여)씨는 “의사는 입이 없나. 먼저 물어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같은 병원 내에서도 ‘원내처방 병행’ 방침을 전달받지 못한 소아과 등에서는 원외처방전만을 발급해 혼란을 빚었다. 최모(30·여)씨는 “처방전을 받아들고 약국을 헤맸지만 약을 짓지 못했다”며 “병원 측의 실수로 세살 먹은 우리 아이만 고생을 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모씨(54)는 A병원에서 서명날인이 없는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실랑이를 벌여야 했고 유모씨(40·여)는 투약량을 ‘소수점 세자리’까지 표시한 처방전 때문에 약사의 쓴 웃음을 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소수점 처방전은 고의적인 ‘의약분업 방해’ 같다”고 전했다.
◆ 약국에선…
취재진이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헤리코박타균에 의한 만성십이지장궤양 처방을 받은 김모(29)씨와 함께 인근 약국을 돌아다닌 결과, ‘아목시실린, 오메드, 클레이스로마이신’ 등 처방전에 기재된 전문의약품 세가지를 모두 갖춘 약국은 한 군데도 없었다. 김씨는 “무용지물인 원외처방전으로 계도기간이 끝나면 환자들만 골탕을 먹게 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부정맥, 협심증 합병증 환자의 처방전에 기재된 ‘미 핀, 페르산틴당의정, 카소딜, 아티반’등의 약품을 모두 갖춘 약국도 없었고, 서울중앙병원의 천식 처방전 역시 환자로 하여금 다리품만 팔게 했다.
대체조제도 제각각이었다. 이날 양천구 W소아과에서 발행한 감기환자의 원외처방전으로 약국 4곳을 찾은 결과, 아무런 설명없이 전혀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한 약국, 의약분업에 대한 설명을 하며 대체조제 여부를 묻는 약국, 증상을 물어본 후 기침약을 추가로 넣어 임의조제를 한 약국까지 있었다.
“약은 약사가 더 잘 안다”며 “몸이 붓지 않느냐”고 진료행위를 하는 약국도 있었다. 약값도 의약분업안에 따라 병원에 지불한 처방전값 2,200원 외에 약국에는 1,000원만 지불하면 되지만 1,500원을 받는 약국까지 있었다.
◆ 네탓 공방
복지부는 9일까지 처방약 구비를 완료하고 의약분업지역협력회의를 통해 처방약리스트 전달이 이뤄지면 분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 양천구약사회 주혜정(朱惠貞·27) 사무국장은 “약품리스트도 구할 수없는 상황에서 복지부 생각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홍준(趙弘晙·41)씨는 “약국에서 약을 짓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한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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