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스키장은 어디 어디에 짓고, 비행장은 어디로 옮겨야 하겠고, 일류 백화점과 호텔을 어디 어디에 어떤 규모로 짓고, 설계는 선진 외국에 맡길 것이며, 남한의 능력있는 회사들을 참여시키고, 관광특구 만드는 것도 연구하고, 광복거리를 건설한 능력을 보면 북한의 건설능력도 훌륭해보이니까 인력과 자재는 북한에서 대면 문제가 없겠고… 하는 식의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개발계획에 그들은 자못 감탄하는 눈치였다.”■정주영(鄭周永) 자서전(이 땅에 태어나서)에 나오는 금강산 개발사업에 관한 최초의 언급이다.
89년 1월 허 담(許 錟)의 초청으로 처음 북한을 방문했던 그는 금강산 개발에 관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해왔음을 말한 뒤 이는 민족의 사업이며, 평화와 풍요로운 사회를 사랑하는 전세계인에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금강산 개발이 남북교류의 물꼬를 터주고, 그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고 썼다.
■그때 북한측과 체결한 금강산 공동개발 의정서는 정치 기상도의 격변으로 무산되었다가, 10년만에 금강산관광 실현으로 일부만 현실화했다.
그러나 6·15 남북 정상 공동선언은 본격적인 금강산 개발사업 계획을 태동시켰다. 엊그제 북한을 다녀온 정주영회장 일행이 밝힌 개발계획은 11년 전의 기본계획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그의 고향인 통천 지역에 위락시설을 만들고, 경공업 단지와 금강산 밸리를 조성해 경제특구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은 시대의 흐름을 말해준다.
■문제는 자금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현대의 자금사정을 들어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외국자본을 끌어들인다는 것이 현대의 생각이다. “외국 관광객을 끌어 모으려면 세계의 돈을 끌어다 써야 한다.
미국에 물건을 팔 목적으로 공장을 짓는다면 내돈이 충분해도 일부러 미국 돈을 끌어들여야 그들도 관심을 갖고 광고도 하는 법이다.” 정주영식 비결이 어떻게 결실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금강산 관광사업 실현과 그것을 계기로 싹 튼 화해 분위기가 믿음을 준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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