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상회담후 첫 남북 접촉인 적십자회담에서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협상자세를 보여 남북 해빙무드를 실감케 하고 있다. 과거의 예를 감안해 ‘주고 받기식’협상전술을 짰던 남측 대표단이 당황할 정도로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태도를 보였다.회담기간 세 차례나 약속을 어기고 방송을 통해 회담 내용을 공개한 게 대표적인 예. 북한방송들은 28일 오전8시 전날 1차 회담서 최승철 북측 대표단장이 내놓았던 ‘기본입장’을 상세히 설명해 “남북간의 합의”라며 ‘비공개’입장을 고수했던 남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북한 방송들은 이어 29일 오후 8시께는 ‘선(先)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후(後)비전향 장기수 교환’ 등 남측 주장을 북측이 수용하는 방향의 북측 수정 제의를 공개하기도 했다. 30일 오전에는 비전향장기수 전원 송환을 요구하는 주장이 보도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회담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측이 회담장 밖에서 남측 협상안의 수용 방침을 밝힌 것은 회담 기류 자체를 긍정적인 쪽으로 유도하려는 적극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과거 밀어붙이기식서 타협·절충 전향적 자세
주고받기전술 南 당황… 당국간 회담도 기대
북한이 29일 2차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9월중 비전향 장기수 송환,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를 위한 추후 협상 등 남측안을 대부분 받아들인 수정 제의를 제시한 것도 이전 같으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북측이 8월 15일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에 앞서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 국군포로 귀환문제를 제기했던 남측대표단의 ‘허’를 찌른 제안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국군포로나 납북어부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려는 북한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북측이 30일 합의서 작성이 진통을 겪자 ‘회담장 철수’카드를 들이 민것등은 고전적인 ‘심리전’의 하나로 북한이 아직은 완전히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어떤 의도였던 간에 북한의 전향적 자세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분명한 성과라는게 지배적인 평가이다. 통일부의 한 간부는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던 북한이 타협과 절충의 여지를 보이기 시작한 것 자체가 성과”라며 앞으로 이어질 남북당국간 회담 등에도 기대를 나타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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