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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무혐의처분 배경

입력
200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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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무혐의처분 배경30일 서울지검이 영화 ‘거짓말’에 대해 내린 무혐의 처분은 영상물 음란성 여부에 대한 첫 법률적 판단이어서 향후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특히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의 심사라는 ‘사회적 여과과정’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표현 자유의 한계에 대한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에서 이같은 검찰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나서 앞으로도 문화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상당기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 결정 배경

검찰은 우선 영화제작사가 당초 음란물을 만들겠다는 ‘범의(犯意)’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성을 통한 자기모멸’이라는 주제로 기성 세대와 미성년의 세대간 권력관계를 비판하려 했다는 제작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또 “이 영화에는 ‘유사 다큐멘터리기법’,‘블럭촬영(일정거리를 두고 무미건조하게 찍는 기법’‘나레이션’‘주연배우 인터뷰’등이 도입됐다”면서 “이는 관객들이 영화 내용에 몰입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의도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제작사측이 구강성교 등 여러 문제부분을 삭제하고, 모자이크를 사용해 적법하게 심의를 통과한 점도 참작이 됐다. ‘샤만카’‘로리타’‘폴라X’등 최근 잇따라 개봉된 외국 성애영화와 비교할 때 ‘거짓말’의 음란묘사 수위가 오히려 낮은 점도 고려됐다.

검찰은 유엔인권위원회가 아동매매춘에 관한 국제협약을 근거로 이 영화를 ‘미성년에 대한 성적 학대’라고 판단한 부분도 검토했으나, 여주인공이 미성년으로 분(粉)했을 뿐 실제로는 성년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이제 우리사회도 이런 사안까지 법률적 판단에 맡길 만큼 미숙한 사회가 아니다”며 “사회적인 자정장치를 통해 자율적으로 선별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 결정 반응

장선우(張善宇)감독은 “국민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한 검찰의 결정”이라며 환영했고, 제작자 신철(申哲)씨도 “관객들의 문화적 성숙도에 대한 믿음이 반영된 것”이라며 “등급외 전용관이 생긴다면 삭제되지 않은 완성본을 상영해 관객들에게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유지나(동국대 교수)씨는 “이제 우리도 성묘사 하나하나를 문제 삼기보다는 작품 전체의 의미를 생각하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보다 더 강도높은 포르노성 영화들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고발인인 음대협 측은 “검찰이 사법부의 판단마저 회피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라며 “앞으로 음란물을 어떤 근거로 단속할지 우려스럽다”고 반발했다.

한편 검찰의 이번 결정으로 등급외 전용관 설치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문성근대표는 “영화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능한 존중하면서도 부작용을 막기위해 완전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 관련기사 :'거짓말'은 어떤 영화.

■영화 ‘거짓말’은 장정일(蔣正一)씨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원작으로 30대 유부남인 조각가와 18세 여고생의 성관계를 묘사한 작품. 새디즘과 매조키즘(SM)이라는 주제도 그러려니와 극중 Y가 교복을 입고 나오는 설정으로 제작 때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1999년 8월 국내 영화사상 처음 등급보류 판정을 받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지난해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외설적인 주제를 노련하게 다루었다는 등의 호평을 받아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올해 1월8일 전국 101개 극장에서 개봉된 뒤 시민단체들의 상영반대 등으로 2주만에 간판을 내렸으며, 이후 비디오 출시과정에서도 같은 진통을 겪었다.

한편 원작자 장정일씨는 이 소설과 관련, 97년 음란문서제조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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