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은 그게 아닌데….”본인 스스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듣는 일은 부끄럽고도 곤혹스런 일이다. ‘한국은 뇌물방지협정 모범국’
3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린 평가를 접한 심정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다. ‘한국과 뇌물’, ‘모범국’. 얼핏 조합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낱말들이다. 하지만 OECD의 지적은‘뇌물공화국’이란 오명을 떨쳐버리지 못하던 한국이 어느날 갑자기 뇌물 없는 모범국이 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OECD는 다만 한국이 지난해 2월부터 발효된 국제 뇌물방지협정의 기준에 부합되는 법체계를 모범적으로 잘 갖춘 점을 평가했을 뿐이다. 내용은 기업들의 이른바 ‘해외뇌물’을 법으로 금지하는게 골자다. 그동안 정부가 해온 각종 부패방지 노력을 보면 OECD의 이정도 평가는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재미난 것은 미국과 호주 역시 모범국에 뽑힌 반면 영국이나 스위스, 일본 같은 나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점이다. 하기야 이런 나라들은 부패척결을 위해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성 조차 못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정경유착과 연고주의, 부정부패 등이 만연해온게 사실이다. 기업들의 ‘해외 뇌물’만 하더라도 한때는 은연중 눈감아 주는 풍토 마저 없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뒤늦게 강력한 법체계를 만들긴 했지만 잘 지켜질지가 의문이다.
OECD의 지적은 결코 칭찬일 수 없다. “법 하나는 일단 잘 만들었다”는 일종의 격려일 뿐이다. 오히려 그 이면에는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를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숨겨져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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